사업성 평가등급 분류 4단계로 세분화...사업장 ‘엄정판별’
사업성 부족 사업장 재구조화 등 ‘질서 있는 연착륙’ 유도
은행·보험업계 10곳, 최대 5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 조성
캠코펀드에 우선매수권 도입...자금집행제고 조치
저축은행·새마을금고에 4천억 자금 추가 지원
금융당국 “PF 시장참여자 자구노력 병행돼야”
금융당국이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해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PF 시장참여자가 스스로 재구조화, 정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은행, 보험업권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수요를 보강하고, 1조원 규모의 캠코펀드 등 자금공급과 관련해 매도 금융회사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PF 사업장 재구조화, 정리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이미 적립한 충당금 등을 고려할 경우 금융사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PF로 인한 제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실의 단순 이연, 누적보다는 시장 스스로 정리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현재 금융사가 운영 중인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은 PF특성과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선별하거나 정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업권의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개선해 사업성이 양호한 정상사업장과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엄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사업성 평가등급 분류를 기존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세분화한다. 기존 악화우려 가운데 사업성 저하로 사업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해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한다.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은 신규자금 지원 등 정상화를 추진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 자율매각 / 상각, 경‧공매 등 정리를 통해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사업성 평가는 금융사가 다음달부터 융통성을 갖고 다양한 평가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할 방침이다. 필요한 경우 금융회사 내부의 위험관리절차를 거쳐 기준과 달리 예외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7월부터 평가 및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
평가 대상에는 본PF,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 대출 외에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 약정을 추가하고, 평가 기관에 새마을금고까지 포함해 금융사가 PF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 본PF 중심으로 구성된 평가기준을 사업장 성격에 따라 브릿지론, 본PF로 구별해 평가체계를 강화하고, 사업 진행 단계별 위험요인과 그 수준을 세분화‧구체화해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성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다.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약 23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유의, 부실우려 등급 등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가 230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 정리에 필요한 자금은 민간·공공이 함께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다음달 1조원 규모의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수요를 보강하고, 향후 지원 현황 및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최대 5조원까지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생보사 2곳,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손보사 3곳을 포함한 은행, 보험업계 10곳 공동 출자로 재원을 조성하고,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매입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등 부실채권의 원활한 정리를 지원하고자 캠코펀드에 우선매수권 도입을 추진한다. 우선매수권이란 PF채권 매도자에게 캠코펀드 등이 차후 PF채권 처분시 재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캠코에서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연내 새마을금고(2000억원), 저축은행업권(2000억원)에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사업장 재구조화, 정리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이미 적립된 충당금과 순차적인 충당금 적립 등을 감안할 경우 금융사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한 범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부동산 PF로 인한 제2금융권 금융회사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며 “이번 대책으로 사업성평가 기준이 바뀌고, 그로 인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더라도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해 부동산 PF 불안을 차단하고, 추가 필요조치사항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건설사의 책임준공약정을 비롯해 현재 부동산 PF의 저자본-고레버리지 자금조달 구조, 이해관계자의 PF 사업성 고려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해 부동산 PF의 불확실성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PF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급격한 자금공급 위축과 일부 금융회사, 건설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PF시장 안정화를 위한 민간·공공의 공동노력을 통해 향후 연착륙 과정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황과 체력, 정책수단이 이제는 충분히 갖춰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이 '질서 있는 연착륙'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스스로 해결한다는 각오로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이번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착륙 과정에서 캠코 등 공적역할확대가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신속히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