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더욱 정교해져야 할 에너지 투자 가치판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15 09:35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2024년 현재 세계의 가장 큰 위험은 지정학적 위험과 불합리한 정치권 행태라고 골드만 삭스' 연구소(Global Investment Research)가 밝혔다. 이중 압도적인 위험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미국 대선 등 정치 '리스크'는 두 번째이다. 특히 이들 위험은 단기간 내 파급 효과 계측이 힘들 정도로 심각하단다. 그리고 경제부문의 가장 큰 위험으로도 '인플레'를 뛰어넘어 이 두 위험이 등장한단다. 전통적 경제위기 대응수단인 석유나 금 등 실물상품투자나 '스위스 프랑' 등 안전화폐 역시 위험 경감효과가 전만 못 하단다. 글로벌 위험 증가는 인플레이션 저하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정치외교분석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최근 지정학 위험의 원인으로 '인프라 네트워크 시스템' 취약성을 꼽았다. 현대 사회/국가체계 간의 다양한 연계, 그리고 기술 의존성 증대로 인해 다양한 인프라-시스템 의존도가 글로벌 차원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각국 정부는 에너지, 물, 통신 등 필수 민생서비스 제공을 완전 통제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대신 기업, 기술, 환경 부문이 정부와 연계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한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킹 성격이 가장 강한 에너지 산업과 통신산업 등은 이런 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 부문의 주된 이슈가 전통적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체계가 아니다. 약 30년 전쯤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가 주요 관심대상이 되었고, 지금은 에너지 유발 기후변화대응이 주된 관심사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Guardian)지는 세계 최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소 2.5C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구 문명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거의 80% 전문가들이 기온상승이 최소 2.5C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은 최소 3C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단지 6%만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1.5C 제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기근, 폭염, 산불, 홍수, 폭풍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디스토피아(Dystopia; 극단적 암울한 미래)가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준비를 더 할 여유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구 기온 2C 이상 높아져도 인류문명의 종말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1.5C 목표는 기후대응 협상의 가장 기초자료(지침)일 뿐이다. 지구 일부에서 억제목표를 넘더라도 지구 전체적으로는 복원/회복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2.7C까지 상승추세가 과학적 추론으로는 유력하다. 당연히 이런 상승추세에 대응하여 더욱 적극적 국가 정책과 함께 글로벌 기후협력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대 간 인식 차이 혹대와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기술 대두라는 두 가지 새로운 요소에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결과로는 50세 이하 '소장' 전문가 52%가 지구 기온이 최소 3C 상승할 것으로 본다. 노장층 학자의 38% 만이 그러하다. 여성 전문가들의 49%가 3C 이상 상승을 우려한다는 조사결과도 흥미롭다. 그러나 지금껏 소극적이었던 소장층과 여성이 보다 '스마트'한 대응능력 제고로 장기 기후문제 해결 가능성에는 고무적일 수 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는 가운데 AI가 전력망 관리, 수요 예측 및 관리, 소비자 편익과 행태변화 등 탄소 중립 에너지 솔루션의 핵심이라고 적시하였다. 2026년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계 데이터센터 소요 전력량은 일본의 년간 전기수량(939TWh)와 거의 같다고 한다. 2040년 세계 전기차 전력 소비 역시 40GW(기가와트) 수준이라고 IEA는 전망한다. 여기에다 재생에너지 출력 조정, 전기차 충전망 연결 등에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 처리도 AI 기술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점차 AI 기반 전력시스템으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우리 경우는 호남지역의 신재생 전력의 공급과잉 문제가 벌써 새로운 걱정이다. 제10차 전력 수급계획에서 호남지역- 수도권으로 대규모 송전망 건설투자가 논의되지만, 그 경제성에 대한 논란은 당연하다. 심지어 해상 고압-직류 송전방식의 도입이 거론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 그동안 호남지역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충당) 정책 등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집중하였다. 2036년 신규 태양광(65.7GW)의 63%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해상풍력도 17GW 이상으로 증설될 것 같다. 그러나 지역 내 대규모 수요처가 없고, 외부공급 송전선로 등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 과잉 발전에 대한 강제 중단이나 원전 출력 감발의 필요가 제기된다. 지역 전력계통 안정유지가 문제가 된다. 결국 극단적인 전력 투자 비효율을 의미하는 '무효(無效· Reactive)전력' 증가를 의미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싸고 비효율적인 전력 저장설비 증설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최초로 전력 최대 수요 발생과 신재생 전력 생산 시간이 서로 차이가 나는 현상인 '덕 커브(Duck curve)'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태양광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전위기를 예고하는 오리 모양의 수급 그래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뫃든 시장경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이기주의적 신재생발전 투자 후유증이다. 국민경제 효율화 차원에서 적극 회피대책 강구가 절실하다.




시장경제에의 한계, 글로벌 정치와 시장통합의 역행(Fragmentation), AI 등 신기술의 역할 강화 등으로 에너지 부문의 가치 창출과 그 평가과정은 급변 조짐이 크다. 이에 에너지 수급의 취약성이 세계 상위권인 우리로서는 신중한 투자가치 방법론 설정이 긴요하다. 이는 모든 관련 정책의 요체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기주의를 시스템적 접근으로 호도하는 에너지 원별 이해당사자들과 환경 분야 이해당사자들의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정부와 지식인의 주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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