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유희동 기상청장 “에너지기상 분야 정착되도록 노력…기상정보로 얻는 산업 이익 무궁무진할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0 07:00

“기상산업으로 국내 기업들 ESG 공시규제 대응 지원할 것”

“예보·특보 살아있는 생물… 최신 기상정보 습득해 주길 당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후예측정보 제공할 것”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와 관련된 기상분야가 '에너지기상'이라는 분야로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에너지기상에서 얻는 산업의 이익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재임 2년을 한달 앞두고 지난 16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상과 에너지산업은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날씨 예보와 특보 등 기상청 본연의 업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 밝혔다.



유 청장이 기상청 과업으로 제시한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에너지기상과 기상산업 육성이다.


기상청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제시하고 기상산업으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규제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극한 호우 등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와 관련해선, 기온 변동을 두고 기후변화 한 양상이라 설명했다.




다음은 유희동 기상청장과 일문일답.


“기상정보 이해하기 쉽도록 국민 눈높이서 적극 소통 중요"

- 재임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소회가 궁금하다.


▲ 국민 안전과 기후변화 대응, 세계 선도기상청으로의 발돋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업무 발굴 등 기상청이 나아갈 방향에 몰두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흘렀다.


그러나 자연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를 마주할 때는 항상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기상청의 신뢰도가 이전보다는 많이 높아졌다. 저를 비롯한 기상청 직원들이 대국민 서비스 모두를 철저히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한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면.


▲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해 집중호우 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기상청이 직접 '호우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신속히 위험정보를 알리는 시범서비스를 운영했다.


지진속보와 지진조기경보 발표의 신속화도 이뤘다. 작년 1월 강화 인근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발표까지 최초로 10초 벽을 깨고 11월에 발생한 경주 지진 때는 5초까지 단축한 바 있다.


민간기업과 함께 도로위험기상 서비스도 구축했다. 도로살얼음,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내비게이션을 통한 도로위험 기상정보를 중부내륙선과 서해안선부터 제공하기 시작했고, 내년까지 전국 주요 고속도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API 플랫폼을 구축해 기상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과거 100년과 미래 100년의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국민들이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 기상청은 매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언론과 소통하고 있다. 기상청이 언론, 대중과 소통하는 비결이 있다면.


▲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정보를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국민 눈높이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상청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국민들께 신속·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론계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예보분석관이 직접 설명하는 주 1회 정례브리핑(매주 목요일) 또는 위험기상이 예상될 때는 수시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예보에 대한 근거와 변동성 등의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태풍,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시에는 실시간 재난방송 출연, 인터뷰, 실시간 상세기상정보 제공 등 적극적인 언론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태풍 카눈의 경우 8일 동안 매일 수시브리핑을 실시한 바도 있다.


이외에도 기상청에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구 트위터), 블로그 등 다양한 SNS 채널 운영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소통 창구를 통해 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전국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확대"

- 기상청이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수도권, 광주, 전남에서 시행 중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빠르게 전국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운건가.


▲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매우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만큼, 조속히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작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올해 확대 시범운영 지역을 당초 전남권으로 발표했으나 최근 경북권까지 1개 권역을 더 추가·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단순히 어떤 기준값에 도달했을 때 기계적으로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예보관들이 10여 분 남짓한 짧은 순간에 비의 상황과 앞으로의 이동 및 발달 경향 등을 빠르게 분석해 읍·면·동 단위로 정교하게 발송한다.


문제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수준의 기상상황에서는 기존의 예보인력 전부 극한까지 가동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증원 없이는 이 제도를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탓에 현재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호우 긴급재난문자 운영인력 확보를 긴밀히 논의하는 중이며, 이에 따라 전국 확대 일정도 조율될 것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운영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아갈 생각이다.


- 지진재난문자를 올해 10월부터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해서 발송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예측 불가능한 지진 발생의 경우 어디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국민에게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진 발생 시 규모에 따라 발생위치 중심으로 반경 50km, 80km 내에 위치한 광역시·도 단위로 지진 재난문자를 송출했다.


하지만 기상청이 보내는 재난문자가 실제 지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지역 주민이 받게 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 피로감과 불편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에 지진 발생 시 진도 정보를 충분히 고려하여 실제 진동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지역에만 재난문자를 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광역시‧도 단위로 보내지는 재난문자를 시‧군‧구 단위로 더욱 세분화해 국민에게 전달함으로써 지진재난문자의 효과성을 높이려고 한다.


발송 대상지역도 특정 진도 이상 지역에 대해서만 재난문자를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도로위험 기상정보 서비스에 대해 알려준다면.


▲ 기상청은 운전자가 도로살얼음과 안개 등 도로상에 발생하는 위험기상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로살얼음 발생 가능 정보'와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도로위험 기상정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도로위험 기상정보는 도로살얼음 발생 가능성과 안개 등으로 인한 가시거리 위험 정도를 관심·주의·위험의 3단계 수준으로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작년부터 티맵과 카카오내비를 통해 해당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 1월부터는 화물차 전용 앱인 맵퍼스(아틀란)에도 추가 제공하고 있다.


도로위험 기상정보 서비스는 도로기상관측망이 구축된 노선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작년에는 중부내륙선과 서해안선을 대상으로 제공했다. 올해는 추가로 5개 노선(경부선, 중앙선, 호남선, 영동선, 중부선·통영~대전선)에 도로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 12월부터 해당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내비게이션 사업자와 서비스 대상 노선을 점차 확대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온 강수량 변동 커진 것 기후변화 특징…작년 기후변화 실감한 해"

- 지난해는 가뭄, 홍수피해가 심각했다. 기후변화를 더욱 실감하고 있는지.


▲ 지난해는 가뭄도 길고 비도 유난히 많이 와, 어느 때 보다 기후변화를 실감했던 해였다.


특히 전남지역은 유례없는 최악의 가뭄으로 단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긴 가뭄이 끝나기가 무섭게 5월부터 호우가 시작돼 장마철에는 극한 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과거에 비해 기온과 강수량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기후변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비 오는 날은 적어진 반면, 강수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는 비가 오면 한꺼번에 많이 오는 집중호우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짧은 기간 내 롤러코스터와 같은 큰 기온 변동을 보이는 것도 기후변화의 한 양상이다. 특히, 지난 한 해만 해도 석 달이나 기온 변동이 역대 가장 컸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동남아시아에서는 체감온도 50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고 그 반대편 미국, 케냐, 브라질 등에서는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 6개월 기상가뭄, 기후예측 전망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알고 있다. 다만 몇 퍼센트 확률로 평년보다 덥다 이런 표현은 모호해 보인다. 어떻게 전망 서비스를 바라보면 좋겠는가.


▲ 퍼센트 확률로 기후예측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기상청이 공통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도 같은 방식이다.


단기예보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은 기후예측의 경우, 불확실한 미래 기후상태를 확률적인 방법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다.


기온의 경우 평년보다 높을, 비슷할, 낮을 확률을 모두 제공한다. 확률이 높은 기온에 대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목적에 따라 낮을 확률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작년부터는 '3개월전망 해설서'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한눈에 술술 읽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형태의 모식도와 쉬운 용어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사용자가 기후예측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검토하고 개선하겠다.


- 올해도 지난해처럼 다사다난한 날씨를 보이겠는가.


▲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23.4~24.0℃)보다 높을 확률이 50%이고, 강수량은 평년(622.7~790.5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오는 23일 상세한 여름철 전망(3개월 전망)이 발표될 예정이니 변경되는 여름철 전망을 확인해 주길 바란다.


올해 여름부터 극단적으로 강한 호우와 같은 위험기상이 발생했거나 예상될 시, 발생빈도와 극값순위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지역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고, 이는 역대 3위,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우강도입니다"라는 정보를 정례·수시브리핑, 기상정보문에 발표하는 것이다.


위험기상 발생빈도와 극값 정보를 전달하여 방재 대응 기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실효성 높은 정보가 되길 기대한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기상산업으로 글로벌 ESG 규제 대응 지원…에너지분야와 동반성장 위해 협력"

- 올해 기상산업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걸로 보인다. 기상산업 업계가 아직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기상산업의 역할이 중요한 현재 기상산업의 규모는 2017년 4077억 원에서 2022년 9785억 원으로 연평균 19%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도 조사 결과 금년도에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견고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기상청은 기상정보를 활용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의 발전량 예측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에너지산업 기상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실증지역 구축, 기상예측 융합정보 개발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 감축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ESG공시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산업환경 변화를 맞이해 기상산업 성장의 새로운 기회로 보고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산업계의 역할 및 지원방향, 지원대책 수립을 위한 전략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상기업이 국내기업의 기후공시 대응을 돕기 위해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물리적 리스크를 진단 및 분석할 수 있도록 사업화 전략 마련 및 시제품제작 등의 사업화지원을 추진하려고 한다.


- 지난달 30일에 전력거래소를 방문했는데 가 본 소감이 궁금하다. 기상과 에너지산업은 어떤 관련이 있나.


▲ 기상청이 365일 신속하고 정확한 일기예보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매일 성적표를 받는 것처럼, 전력거래소도 일사량과 바람 등 기상을 연료로 매일 실시간 전력 수요예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최근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커지고 급변하는 날씨가 잦아지면서 태양광과 풍력 같은 친환경에너지 발전량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방문으로 발전량 예측의 핵심인 기상예측정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올해부터 기상청이 새로 개발할 친환경에너지 기상정보의 최우선적 수요자로 전력거래소를 고려하고, 미래 기상과 에너지분야에 동반성장을 위해 전력거래소와는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가기로 했다.


물과 연관된 기상분야가 '수문기상' 인것과 같이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와 관련된 기상분야가 '에너지기상'이라는 분야로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전체 전력의 100%를 친환경에너지로 공급받겠다는 목표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에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발전량 예측정보에 따라 에너지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상세하고 정확한 친환경에너지 기상정보를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함으로써 얻는 산업의 이익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예보는 확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늘 정확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해 기상재난으로부터 대응은 보다 보수적으로 심하다 할 정도로 대처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상정보, 특히 예보와 특보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 새로운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갱신된 예보와 특보가 생산되므로 최신의 기상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기상청은 자연재난, 기상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단 한 명도 없는 날을 만들어 국민들이 날씨로 인해 위협받지 않고 보다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1년 365일, 24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 유희동 청장 프로필


◇약력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이학석사·미국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이학박사 △2007∼2011년 기상청 예보국 예보상황과장·수치모델개발과장 △2011∼2013년 기상청 예보국 예보정책과장 △2014∼2015년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2015∼2017년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 △2017∼2018년 기상청 관측기반국장·예보국장△2019∼2020년 기상청 부산지방기상청장 △2021∼2022년 기상청 차장 △2022년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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