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별도 매출 전무…바이오 신약 개발 사실상 실패
1년째 거래정지…다음달 4일까지 상폐 심의·의결 예정
코스닥 상장사 셀리버리가 1분기 매출 0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진한 실적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셀리버리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으며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거래재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셀리버리 경영진의 말만 믿고 기다린 개인투자자들은 허탈해하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셀리버리에 대해 1분기 매출 미발생을 이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주된 영업 부문에서 최근 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을 기록하는 등 영업이 정지된 경우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고 심사 절차가 진행된다.
셀리버리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0원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에 현금성자산도 1분기 초 11억4852만원에서 분기 말 1억1542만원으로 10억원 가량 감소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회사 직원 수도 지난 2022년 말 100명에서 올 1분기 말 기준 총 9명으로 줄었다.
셀리버리의 매출이 전무한 원인은 회사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 신약 개발업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셀리버리는 바이오 신약 개발 완료를 약속하며 지난 2018년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자사 플랫폼 기술인 'TSDT(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을 기반으로 5종의 바이오 신약(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및 고형암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고도비만 및 2형 당뇨병 치료제, 급성 간염 패혈증치료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상장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까지 추진하면서 지난 2021년 1월 셀리버리 주가는 10만원까지 올라 한때 시가총액이 3조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물티슈 제조업체인 리빙앤헬스를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자회사인 리빙앤헬스에 전환사채 등으로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사세가 기울었고 적자 폭이 확대됐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61억원, 자본금은 183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242.6%에 달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보다 자본금이 적어진 경우를 말한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완전자본잠식이 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영업손실도 5년째 이어졌다. 셀리버리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019년 145억원 △2020년 176억원 △2021년 276억원 △2022년 386억원 △2023년 118억원 등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2022년과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외부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7억7800만원이 더 많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셀리버리는 지난달과 이달에 거쳐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서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각각 제출했다. 하지만 감사의견 '적정'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여부 심의를 막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셀리버리의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에 해당하는 다음달 4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방침이다. 이후 심의·의결일부터 3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여부가 통지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셀리버리 주주들은 분노와 허탈함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셀리버리 주주 A씨는 “연구실도 하나 없는 오피스텔로 회사를 이전한 데다 매출이 0원이라는 건 경영진이 회사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지난해에는 무릎 꿇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하더니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고 격분했다.
앞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무릎을 꿇고 주주들에 사과한 바 있다.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질의를 모두 묵살하는 등의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강서구 마곡동의 한 오피스텔로 본사를 이전했는데 현재 이전한 사무실 주소는 유지돼 있지만 내부는 철거된 상태다.
이에 주주들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조대웅 대표이사를 셀리버리 이사직에서 해임하라는 내용의 이사해임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사측은 “회사의 법무법인과 협의해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