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매년 10% 이상 늘어
금리인상이 수익률 견인, 지난해 5.26%
고령화에 퇴직연금 적립금 경쟁 치열
정부 정책 지원·상품 다양성에 시장 확대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문제라는데 대한 사회적 공감이 커지면서 금융권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앉고 있다.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인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다양해지는 가운데 다양성과 수익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발 맞춰 연금상품도 변모하는 추세다.
퇴직연금 적립금·수익률 갈수록 상승…금융권 '관심'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46조5000억원(13.8%)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2018년 190조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221조2000억원, 2020년 255조5000억원, 2021년 295조6000억원, 2022년 335조9000억원 등을 가리키며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올해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별로 △확정급여형(DB형) 205조3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형) 101조4000억원 △개인형IRP 75조6000억원 등의 순으로 적립금이 많았다. 운용방법별로는 전체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이 333조3000억원(87.2%), 실적배당형이 49조1000억원(12.8%)을 차지했다.
현재 대표적인 연금 상품은 퇴직연금이다.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기업이 재직 중인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법정 퇴직급여 제도를 뜻한다. 퇴직급여는 매해 적립되고 퇴직 시점에 받는 것이므로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에도 보장받을 수 있어 정부가 국민 노후를 위해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DB형(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형으로 나뉜다.
퇴직연금은 최근 업권별 적립금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은행보다 증권업계에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증권사에 모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86조7397억원)대비 4.6%(3조9644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98조481억원에서 202조3522억원으로 2.2%(4조3041억원) 늘어난 것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보험권의 경우 같은 기간 93조2479억원에서 92조6958억원으로 0.6%(5521억 원) 줄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원금 보유나 이자보다 투자수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공격적인 운용방식을 취하는 증권사가 선전했다는 진단이 업계로부터 나온다.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며 증권사의 수익률 위주 운용이 부각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시장이 안정성 위주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증시의 새로운 큰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업권마다 수익률 향상에 매진하면서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5.26%로 전년 대비 5.24%p 상승했다.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00% 등 2%대를 유지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국내외 증시 호황 등 영향으로 지난해 수익률이 크게 뛰었다. 특히 실적배당형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원리금보장상품의 약정이율 상승을 견인해 13.27%의 수익률을 올렸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가장 높은 IRP 수익률(6.59%)의 경우 DC형(5.79%)과 DB형(4.50%)을 웃돌았다.
적립금과 수익률 추이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 임하는 금융사들의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추세로 국민연금 수령연령이 늦어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외적 요인도 커지고 있어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신탁 상속상품까지…금융권, 고령층 노린 상품·서비스 채비 완료
은행권 내에서도 퇴직연금 적립금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분기 적립금 증가율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한 연금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21년 은행권 내 첫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으며, 2023년 업권 최초 '채권직접편입'을 도입하는 등 폭넓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퇴직연금 거래 기업 임직원을 위한 '찾아가는 연금 리치(Rich) 세미나' 실시 △전국 6개 영업점에 연금 VIP 손님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연금 더 드림 라운지' 운영 등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험업권에서 퇴직연금 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생명은 고객사 퇴직연금 실무 담당자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부터 전국 6개 주요도시에서 '2024 삼성생명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실시 중이다.
정부 지원에 따라 수수료 감면 바람도 불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수수료 감면 확대를 실시하면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체계 개선에 따라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인증 시 퇴직연금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DC형 퇴직연금제도의 운용관리수수료 5억원 이하 구간을 통합해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도 낮아졌다. DGB대구은행은 기존에도 비대면 개설 시 개인형IRP 수수료 전액 면제를 시행하는 등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행보를 보여왔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상속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신탁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IBK 내뜻대로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소비자가 기업은행과의 신탁계약을 통해 금전, 부동산 등의 상속자산을 맡기고 생전에는 본인이 수익자로, 사후에는 계약에서 정한 별도의 수익자에게 자산이 상속되도록 하는 상품이다. 병원비, 생활비 등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일부 중도인출도 가능하다. 상속자산이 안정적 수익추구가 가능하도록 국채, 만기매칭형 ETF, DLB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고객의 안정적 자산관리와 맞춤형 상속설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