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기후위기, 저출산·고령화 시대 취약계층 삶과 건강 위협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4 17:04

고령층·청소년·영유아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 정부에 위기 대응 강화 요청

기후소송 2차 공개 변론장서 헌재에 기후위기로부터 기본권 보호 요구

비바람치는 제주…강풍에 꺾인 신호등

▲지난 5일 제주도 한 거리에서 강풍에 꺾인 신호등. 연합뉴스

기후위기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어르신과 어린이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극한 더위·호우가 이어지면서 고령층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유년층도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열질환자 전년대비 80.2% 늘어…사망자 절반 80세 이상"

지난 5일 경남에서는 하루 동안 최대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5월 초 어린이날에 찾아온 이례적인 폭우였다.


갑자기 내린 폭우는 인재로 이어졌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5일 오후 고성군 대가면 척정리에서 70대 어르신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고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4일 행정안전부는 여름철 재난안전점검회의를 개최하며 최근 10년간 호우와 태풍으로 170명의 사망·실종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령층은 폭염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폭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2818명으로 전년대비 1564명보다 80.2% 늘었다. 지난 2011~2023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의 평균인 1625명과 비교해도 73.4%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32명이다. 이 중 80세 이상이 50%였다.


폭염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태국 보건부는 올해 초부터 기록된 열사병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전체 열사병 사망자 37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태국 북부 람팡 지역 기온은 사상 최고에 육박하는 44.2도까지 치솟았다.


동남아시아는 지금 엄청난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2일 태국 북부 람팡 지역 기온은 사상 최고에 육박하는 44.2도까지 치솟았다.


필리핀 기상청에 다르면 지난달 27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는 38.8도를 기록했고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는 39.2도까지 치솟았다.


베트남 최근 전국적으로 기온이 39~42도까지 올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 44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여름철 재난안전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여름철 재난안전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정부 폭염·호우 등 기후위기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정부는 기후위기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노령 농·어업인에 대해서는 지역자율방재단 등과 협력해 수시로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드리기' 등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한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을 감면하고, 경로당 냉방비 지원 금액을 상향한다.


행안부는 지난 4월 폭염 대비 시설과 물품 준비를 위해 조기에 지원한 재난대책비를 활용해 무더위쉼터 정비, 그늘막 설치 등 지방자치단체별 폭염피해 예방 사업을 조속히 완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질병청은 실내·외 근로자, 고령층 논밭 작업자, 만성질환자 등 대상자별·장소별·상황별로 세분화해 참고할 수 있는 예방수칙을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고령층, 어린이 등 스스로 예방 활동을 하기 어려운 기후 민감·취약계층을 돌보는 보호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보호자용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포함했다. 또 대상자별 온열질환 예방 점검표를 제공해 실생활에서 위험 요인 확인 및 건강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고 샤워를 자주 하며 헐렁하고 밝은색의 가벼운 옷을 입어야 한다고 알렸다. 외출 시 햇볕을 차단하고 가장 더운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작업과 운동 등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올해 여름철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2024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발표했다.


홍수 대책을 통해 △인공지능 홍수예보 △국민체감형 정보 제공, △취약지역 사전 대비 △홍수 대비 물그릇 확보 △현장 대응역량 강화 등 5가지 중점 과제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기상청은 지난 14일 여름철 주요 방재대책을 발표, 지난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만 시범운영되던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 제도를 수도권 지역은 15일부터 정규 운영으로 전환했다. 전남권(광주·전남)과 경북권(대구·경북) 지역은 오는 10월15일까지 시범 운영이 실시될 예정이다.


발송기준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mm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mm에 이르는 매우 많은 비가 관측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mm에 이르는 매우 강한 비가 관측되었을 때이다.


기상청의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는 폭염에 취약한 농촌 어르신을 위해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부산지방기상청은 경남 창녕군 어르신·보호자·마을을 대상으로 눈높이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올해 시범 운영했다.


부산지방기상청의 경우 창녕군의 70대 이상 어르신(264명)과 정보 수신을 희망한 보호자(27명), 마을 이장(90명)에게 폭염, 기상예보, 열대야 등 기상 상황을 반영한 대상별 눈높이 맞춤형 기상정보를 지난 여름 동안 총 46회 제공했다.


기후헌법소송 공동대리인단과 시민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기후헌법소송 공동대리인단과 시민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아동·청소년 권리 함부로 하는 탄소중립 기본법 잘못된 법"

하지만 정부에 대해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기후소송 2차 공개변론장이 열린 헌법재판소에서 앞에서 시민들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 강력히 대응하도록 판결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후소송 1차 공개변론은 지난달 23일 열렸다.


윤세종 기후소송 공동 대리인단은 2차 변론을 마치고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감축 목표에 대한 위헌 판단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60+기후행동' 구성원 등 50세 이상 고령층 123명은 지난 3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노년층의 생명권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를 져버렸다"며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는 노년층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급하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실태 조사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노년층이 기후위기에 특히 취약하다는 연구가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대기오염 및 알레르기로 인한 건강영향, 기온 증가에 따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등의 항목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다른 인구에 비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구구조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3.5%인데 반해, 최근 10년간 온열질환 사망자 수 중 68.5%가 65세 이상이었다.


국제 조직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발간한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온도 관련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분류했다.


진정인들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다 높게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잦은 폭염과 폭우, 한파 등으로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쳐오고 있음에도 고령층을 위한 대책의 기본조차 돼 있지 않다는 주장에서다.


국제연합(UN)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지난 202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회복력을 키우고 취약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노인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우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처음 수립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령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 위험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60+기후행동'측은 강조했다.


이들은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인권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역학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해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및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을 발표하며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한 바 있다.


어린이들도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재단은 지난 2월26일부터 3월4일까지 총 101가정을 대상으로 온라인 비대면을 통해 기후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후위기가 가정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3%가 기후위기로 인한 주거환경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76.3%는 기후위기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어른들이 기후위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절반 가까운 43.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정환경의 변화로는 폭염과 한파(59.4%), 해충 증가(33.7%), 폭우로 인한 침수와 곰팡이 등 유해환경 증가(27.7%)를 꼽았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으로 현금(37.6%), 제습기 등 물품(32.7%), 방역 및 청소 서비스(16.8%)를 우선순위로 인식했다. 아울러 생활 개선을 통한 기대 효과로 건강한 몸(69.3%), 마음 안정(53.5%), 화목한 가정(41.6%) 순으로 답했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21일 열린 1차 기후소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력 강화를 촉구했다.


청소년 기후소송 원고인 김서경씨는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를 붕괴시킬 재난"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누군가의 이익 추구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한 최저 요구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아기기후소송 원고인 경기 성남 분당구 당촌초 3학년 김한나양은 “헌법재판은 잘못된 법을 고쳐서 국민 권리를 보호한다고 헌재 홈페이지에서 배웠다"며 “아동·청소년 권리를 함부로 하는 탄소중립 기본법은 잘못된 법이다. 우리 손을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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