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시공사-조합 간 줄소송이 잇따라
할인분양을 둘러싸고 수분양자와 시행사 갈등 격화
부동산 시장이 갈등의 장이 되고 있다. 곳곳의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시공사-조합 간 줄소송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미분양 사업장에서도 할인분양을 둘러싸고 수분양자와 시행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조합간 갈등이 극심하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대폭 오르자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적정 수준인 8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원가율을 개선해야 하는 건설사들은 자재값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조합은 분담금 증가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1-1 재개발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539만9000원이던 3.3㎡(평)당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증액하겠다고 통보해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는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GS건설은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물가상승 공사대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액은 약 323억원이다. 미아3구역은 2014년 총공사비 198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해 2017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690억원을 증액했다. 롯데건설 역시 서울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원)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83억원) 등과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 또한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1645억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이어오다가 최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결정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갈등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할인 분양을 둘러싼 수분양자와 시행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달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입주자 반발에 할인분양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시행사인 호반산업은 미분양 단지를 사면 '5년 뒤 잔금 납부' '최대 9000만원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할인분양을 시도했지만 이에 기존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13일에는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아 통행을 방해했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는 시행사의 할인분양을 막기 위해 기존 입주자들이 철조망을 치고 경계를 서기도 했다. 이들은 정문을 비롯해 아파트 사방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할인분양 갈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194가구로, 한 달 새 2.8%(327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수요가 적은 지방에 몰려 있다.
정부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의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서 교수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할인분양 갈등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수요 진작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