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재투표서 찬성 179표·반대 111표·무표 4표 부결
윤석열 대통령 재의결 요구(거부권 행사)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 주도로 재투표 강행됐으나 또 다시 부결됐다.
국회는 28일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해병대원 채 상병 특별검사제 도입 관련 법안을 상정, 재투표했으나 이 법안은 재석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기권 4표로 가결 정족수에 미달, 부결돼 폐기됐다.
이 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야권이 여권의 반대에 국회 본회의 재투표 절차를 밀어붙였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재투표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입법 확정된다.
야권은 다수 의석을 가진 힘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재투표에 부쳤으나 번번이 의결에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 재투표가 이뤄졌으나 부결된 사례는 벌써 9번째다.
□ 윤석열 정부 거부권 행사 법안 국회 재투표 사례
그런데도 4.10 총선서 압승한 야권은 22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재투표에서 부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또 다시 발의해 기필코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소야대 21대 국회에서 야권의 국회 단독 의결-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투표-부결이 반복됐고 22대에서도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사실상 동일한 일부 법안에 대해 이같은 절차를 또 다시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다.
과반의석을 훌쩍 넘긴 원내 제1당 민주당 주도 야권의 '입법독주', 소통과 협치를 외면하고 일방적 리더십으로 이끌어온 윤석열 정부의 '국정독단'이 충돌하고 있다.
실제로 그간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다른 법안들도 채상병 특검법과 같이 폐기 수순을 밟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2023년 4월 13일), 간호법(2023년 5월 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2023년 12월 8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검법(2024년 2월 29일) 등의 법안은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이른바 이태원특별법만 여야 합의로 재의결한 것을 제외하면,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쟁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입법권력과 행정권력 간 잦은 정치적 힘 겨루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거대 야당과 집권 여당의 힘과 힘이 부딪혀서 정치의 실종이 일어났다"며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여야 모두 민생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조는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이어지는 여소야대 구도는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내내 유지된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을 재의결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여소야대의 상황 속에서 야당이 양보할 일은 없다. 야당은 그저 야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 아마 이런 정국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어 “현재는 여야 관계가 냉랭하지만 앞으로의 집권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따라에 달렸다"며 “이견이 큰 이재명 대표의 25만원 민생지원금 등 법안은 협의가 되지 않겠지만 아주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한 법은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통과시키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전세사기특별법, 민주화유공자법, 양곡법 등 쟁점 8개 법안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돼 통과됐다. 그러나 이 법안들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간 이견을 보인 연금개혁법안 뿐만 아니라 여야 공감대를 이룬 고준위방사선폐기물법, 반도체법(K칩스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들은 줄줄이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