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30일 정상운영을 위한 체제를 갖추지 않은 채 21대 국회에 이어 여야 '대치 정국'으로 막을 열었다.
새 국회에서도 야당으로 원내 과반 의석을 넘은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최종 폐기됐던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한다고 나섰고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특검법을 발의했다.
반면 집권 국민의힘은 이같은 야권의 특검법 공세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 대통령 거부권 건의 및 재표결시 부결 등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도 정책과 민생 입법 등을 챙겨 차별화하기로 했다.
원 구성을 위한 힘 겨루기도 팽팽하다. 더 강화된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과거 국회 원 구성 사례를 보면 법안 심사 등 새 국회 정상 가동은 일러야 7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與 , 저출생·세제 개혁·연금개혁 입법 드라이브 나서
30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저출생과 민생, 세제 개편 등 시급한 입법 과제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와 협력하며 입법 성과로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고, 총선 참패로 타격을 입은 당의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채상병특검법·한동훈특검법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은 것을 '정쟁용 법안'으로 규정하고, '민생 입법'으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 간 소속 의원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함께하는 워크숍을 열고 108명 의원의 '단일대오' 체제 구축에 나섰다. 야당의 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취지다.
22대 국회에서 첫 당론 발의할 '1호 법안'도 의원 전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틀 차에 공개하고, 이를 정기국회에서 중점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생 문제의 경우 당정 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등 저출생 대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당 차원의 입법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육아휴직 확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총선 기간 발표했던 저출생 공약을 입법화하고, 21대 국회에서 좌초된 민생 법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을 포함한 세제 개혁 패키지 입법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대응, 국민연금 개혁, 의료 개혁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다시 구성하자고 야당에 제안한 바 있다.
21대 국회 막판에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룬 것을 동력 삼아 야당과 협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野,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 '채상병·한동훈특검법'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생위기특별조치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이라 여당과의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박은정·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한 전 위원장 특검 법안을 제출했다.
특검법의 내용은 한 전 위원장이 검사와 법무부 장관 시절 고발사주 의혹과 윤 대통령 징계취소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등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자녀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가족 관련 의혹과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들 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며 “누구도 법 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국민적 상식에 따른 법안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동훈 특검법을 시작으로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 채해병 특검법 등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통령의 거부권 활용을 통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 여야, '강대강 대치' 속 원 구성 협상도 난항 예고
여야는 극심한 대치 속에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분, 원 구성을 놓고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법률안 제·개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예산결산위원회 등을 포함해 총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 기한일인 6월 7일까지 원 구성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총 18개의 상임위원장 직책을 모두 차지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단독으로 원 구성을 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상원격으로 본회의 전 모든 법안의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 위원장까지 차지한다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21대에서는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 위원장 가져왔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2대 국회가 21대 국회의 확장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정치권이 이 우려를 단호히 씻어내야 한다"며 법사위원장을 관례에 따라 제2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자기 절제를 모르는 제1당이 법사위원장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법도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원구성을 놓고 협상을 시작한 13대 국회 이래 대한민국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정 기한을 맞춘 적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은 여지 없이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3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원구성 협상에 평균 42.39일이 소요됐다.
특히 전반기 원구성은 47.44일이 소요됐다. 최장 기록인 14대 전반기 때는 원구성 협상에만 무려 125일이 걸렸다. 18대 국회에 전반기에도 무려 88일이 소요됐다. 19대에는 40일, 17대에는 36일, 전반기 기준 최단 기간을 기록한 20대 때도 14일이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