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관련 시장 전문가 간담회 개최
이 원장, ‘금투세 폐지’ 기존 입장 고수
“과세 우려로 투자 심리 위축될 수 있어”
“무리한 도입 이전에 면밀한 검토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세후 기대수익률 감소로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잠재투자자의 참여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금투세 폐지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금투세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전에 논의의 장을 열고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금감원에서 개최한 '금투세 관련 시장 전문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도입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해당 간담회에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금융조세 분야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금투세 시행에 따른 개인투자자, 금융투자업계 및 자본시장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 금투세 시행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기 전에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원천징수 및 확정신고 등 복잡한 절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와 문의가 많은 상황에서 실제 시행 시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금투세가 비록 세제 관련 사안이긴 하나 개인투자자와 자본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감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금감원 입장에서는 금투세 폐지와 폐지 이후 전면 재검토가 합당하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19년 금투세 법안이 발의될 당시에 예측 오류로 인한 부작용, 자본시장의 성장 여부 등을 검토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정부 부처에 의견을 전해왔다"며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영향, 투자 행위자들의 심리 변화 등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금투세는 지난 2019년 법안 발의 이후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분으로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을 거래해 발생하는 소득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금융상품 250만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20% 이상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이다. 당초 지난해 도입이 논의된 바 있으나 투자자들의 반발 등으로 금투세 도입 시기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 원장은 “시장에 영향이 큰 제도의 경우 도입 전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시장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실제 과세 대상이 되거나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과세와 관련한 위험 부담을 갖는 투자자들이 투자 행태나 투자 전략을 변경함으로써 과세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투세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과세 우려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예를 들면 투자자들이 주식 5000만원 이상 소득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면 세금을 내기보다는 다른 손실 가능 주식을 팔아서 손실 합산을 통해 과세 대상이 되는 걸 피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매도하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었던 투자자들이 과세 우려 때문에 단기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원장은 금투세 일부 유예 의견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에도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20년에 한 차례 유예할 당시에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보완 방안 등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면 지금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단순히 지금 시장이 시끄러우니까 유예하자는 것보다는 진지하게 논의의 장을 열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