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
오는 4~5일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장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대륙과 새로운 협력 기회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최초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로, 48개국 대표가 참석한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과 함께 14억3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이지만, 그간 한국과의 통상협력에서는 다소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
최근에는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다변화가 공급망 안정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아프리카와 협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 각국과 다져놓은 통상·외교 관계를 재확인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0∼2023년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에 691개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58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한국은 마다가스카르, 라이베리아, 이집트 등의 광업, 사업시설관리업, 제조업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석탄, 천연가스, 원유 등 3대 화석연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고 핵심광물이 풍부한 아프리카가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석탄 수입액은 2021년 5억8200만달러에서 2022년 18억9300만달러로 225.3% 치솟았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아프리카로부터 16억1800만달러의 석탄을 수입했다.

아프리카에는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도 많이 매장돼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산업용 광물의 약 95%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흑연(96.8%), 리튬(79.7%), 코발트(65.1%) 등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특정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광물 정·제련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사업화해 아프리카 역내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방식의 '윈윈 협력'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핵심광물 부존량은 풍부하지만 채굴을 제외한 대부분 과정이 역외에서 이뤄져 광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수요·공급처 확보를 위한 한·아프리카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 필요성도 제기된다.
모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을 이용한다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도 적용받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등을 포함한 스마트시티 건설 분야도 한국과 아프리카가 '윈윈'을 모색할 수 있는 지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현재 14억3000만명에서 2050년 25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륙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프라 부족과 기후 문제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건설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스마트홈을 포괄하는 ICT 기술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적 요소가 적용된 건설이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코트라는 해당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8년 약 2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의 태양광 셀 및 모듈 수출은 지난해 기준 약 96%가 미국에 의존 중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 측면에서뿐 아니라 해외 진출 테스트베드로서도 아프리카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