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꺾마’ 관세청, ‘9000만원짜리 직구 금지 논리 개발 논란’ 용역 공고 3회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6 09:26

운영지원과 “더 많은 기업들에 기회 제공 차원”
대변인실 “계약법 시행령상 공고 횟수 무제한”
전자상거래통관과 “부정 여론 비등, 알고 있다”

나라장터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올라온 관세청의 '해외 직접구매 증가가 국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입찰은 단독 응찰을 이유로 2회 연속 유찰됐고, 이달 5일 재재공고돼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며 예정 가격은 9000만원이다. 사진=나라장터 캡처

중국발 해외 직접 구매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관계 당국들이 부처 합동으로 고강도 단속을 예고했다 전국민적 반발에 철회하는 모습을 보인 듯 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여전히 직구 금지 정책 논리를 제시할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 정책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도 파악하고 있음에도 꾸준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국민 기싸움' 논란이 예상된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는 '해외 직접구매 증가가 국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용역 제안 요청서-'라는 제목의 입찰 공고가 지난 5일자로 게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관세청이 연구 용역 입찰 공고를 또 올린 것이다.


지난달 16일 관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당 연구 용역 입찰을 개시해 27일 유찰 처리했고, 28일자에 재차 공고해 이달 3일 또 유찰시켰다. 1개 업체만 단독 응찰했기 때문이다. 이번 세 번째 공고는 지난 5일 새로이 게시된 것으로, 마감일은 오는 11일이다.



응찰 회사가 어느 곳이냐는 질문에는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 관세청 입장이다.


해당 연구 용역 발주 예상 가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9000만원이다.




계약을 담당하는 관세청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더 많은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다시 올렸다"고 했다.


관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상 공고 횟수에 제한이 없다"며 “보통 재재공고까지 올리고, 그래도 유찰돼 1개사 단독 응찰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내부 회의를 통해 수의 계약 진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론상 같은 내용을 담아 무한대로 입찰 공고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 게시된 연구 용역 제안 요청서와 입찰 공고서는 모두 각각 18페이지·5페이지, 1만581자·3738자로 이뤄진 80.4KB·74.5KB 용량의 파일로, 내용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함을 알 수 있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통관과 관계자는 “조금씩 조건을 바꿔서도 가능하다고는 알고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검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직구

▲해외 직구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관세청은 현 통관 체계로는 급증하는 물량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관세청은 연구 용역 과제 추진 배경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거대 이커머스 업체의 초저가 공세와 공격적 투자에 따른 중국발 해외 직구 수입 증가세의 가속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세관 시설·인력 등 통관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에도 불구하고 현 통관 체계로는 급증하는 물량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세청의 '특송 전자 상거래 물품 통관 현황'에 따르면 2019년 4298만8000건(31억4300만달러)이던 전자 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3144만3000건(52억7800만달러)으로 205.77%나 성장했다.


관세청 측은 “조세·요건 구비 면제와 해외 판매자에 대한 국내법 적용 한계로 국내 판매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며 “소비자가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중국 플랫폼에서 직접 초저가로 구매하면서 국내 오프라인 마켓과 홈쇼핑 등 유통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곧 당국이 국내에 반입되는 해외발 직구 물량 증가 자체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달 27일 관세청은 설명 자료를 내고 “소액 면세 한도 조정 등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계획된 바 없고, 앞으로도 국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전제로 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 연구 용역이 범 정부 발표의 후속 조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관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해외 직접구매 증가가 국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우리 기관의 단독 과제로 선정해 추진해왔다“며 “지난달 16일에 첫 공고가 올라온 것은 조달청과 협의를 하던 중에 우연히 생겨난 것이고, '직구 금지 논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아니어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인 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세청의 이 입장에 대해 여론은 흉흉하기만 하다. 직전 2회의 입찰이 단독 응찰을 이유로 유찰됐지만 구태여 추진하고 있어 결국 정부 당국 입맛에 맞는 용역 결과가 나오도록 강행할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네티즌들은 “관세청이 9000만원에 '해외 직구 하면 안 될 이유와 논거'를 개발해올 기관이나 기업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봐야 하느냐“며 “용역 기간 설정도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명분 쌓기에 급급할 것 같아 부실한 보고서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게 용역까지 써야 할 일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일부러 유찰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형성해 수의 계약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기초 과학 연구·개발(R&D) 예산은 과감히 깎으면서 이런 곳에는 혈세를 투입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이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관세청 전자상거래통관과 관계자는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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