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집행력을 가진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을 상대로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11일 곧바로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좌초된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부터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 이들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부터 신속히 연다는 것이다.
이밖에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열어 김현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출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부로 지원조례 효력을 상실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 문제와 관련,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특검법을 다루는 법사위도 12일 전체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채상병특검법' 등 법사위 소관 쟁점 법안들이 상정될 전망이다.
법사위원장에 선출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곧 법사위 첫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니 국민의힘 법사위원님들은 착오 없으시기 바란다"며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고 적었다.
정 최고위원은 유튜브 방송에서도 “(상임위원장 7자리를) 줄 때 받으시라"며 “'안 가져가겠다' 하는데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언제까지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압박했다.
남은 상임위 7곳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으면 단독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행정 독주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국회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머지 단추도 마저 끼워야 22대 국회가 본 모습을 갖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7개 상임위도 신속히 구성을 마칠 수 있게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을 상임위 구성 완료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마치면 24일부터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26∼28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각종 현안을 추궁할 계획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슈를 주도하기는커녕 대처도 보이콧과 같은 소극적인 형태에 그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후 민주당이 법제사법위 등 일부 상임위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민주당이 일방적 폭거에 의해 선출한 상임위원장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늘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통보하는 그런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이 한마디 하면 모든 것을 다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는 오만함의 표출"이라며 “일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언론 공지를 통해 “향후 예상되는 민주당 단독의 의사일정 예고는 국회의장의 폭거와 위헌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과물로 국민의힘은 이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다만 남은 7개 상임위원장 민주당 단독 선출과 관련해서는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할지 등을 아직 정하지 못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국회 운영 관련 기조를 논의하기 위해 당분간 매일 의원총회를 열 전망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오늘 의총에서 현재 상황 인식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분의 의견이 있었고, 앞으로 이런 의총을 매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석수 열세 상황에서 가용 수단은 '민심'뿐인 가운데, 국정 지지율마저 저조해 대응 수단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피는 민주당 논리에도 총선 정국 이조(이재명·조국 대표) 심판론 핵심이었던 사법 리스크 문제를 재사용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국회 운영을 하려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했고, 우리가 굉장히 결연하게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