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당초 투쟁 대상이었던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넘어 사회 각계각층과 갈등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세요"라며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 있는 멕페란,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뒤 유죄 판결은 받은 의사 사례에 대해 국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암시, 담당 판사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는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 바 있다.
A씨는 2021년 1월 경남 거제시 한 의원에서 근무중 80대 환자 B씨에게 맥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자 임 회장은 이달 8일 페이스북에 윤민 판사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원색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여자(판사)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위협했다.
이에 창원지법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법관 사진을 올리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것은 재판장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임 회장은 의사단체 집단 행동에 비판적인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를 겨냥해서도 “의사도 아니고, 의대교수도 아니고 오죽 했으면 복지부 고공단까지도 못간 퇴직공무원 주제에"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만 좀 나대라"면서 “의료에 대해 쥐뿔 뭔 안다고 나대는가"라고 꼬집었다.
의사들은 병원 밖뿐 아니라 병원 안 직원 및 환자들과도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의대 교수 등 단체가 17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직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됐다.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노조는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교수들 휴진 결정을 규탄했다.
대자보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전날 낸 '의사 집단휴진에 대한 입장'에서 “환자 생명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가진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환자들은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12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에서도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 전면휴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사들 전면휴진 계획에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결정"이라며 “정당성도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즉각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