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컨소, 1조5000억원 규모 위례신사선 사업 포기
10조원대 가덕도 신공항 공사도 시공사 찾지 못해 유찰
건설업계 “까다로운 공사·짧은 공기, 누가 입찰?” 집단 외면
“공사비 기준 현실화도 시급” 한 목소리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 대접을 받던 국내 대형 공공 공사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공사비 폭등에 맞지 않는 '짠물' 예산과 공사 자체의 지나치게 짧은 기한·높은 난도 등에 건설사들이 수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많게는 수조원의 공사비로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형 공공공사를 포기하거나 입찰을 외면하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전날 사업비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실시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 입찰도 마찬가지다.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해 총 공사비가 10조53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지만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올해 시가 상습 침수 지역 수해 방지를 위해 발주한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 입찰도 두 차례나 무산됐었다. 결국 시가 공사비를 늘린 후에야 입찰자가 나타나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지만 1년이나 늦어져 2028년 말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여기에 남산 곤돌라 사업(400억원), 정부 세종 신청사 건립공사 등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만 해도 이같은 대형 공공 인프라 공사들은 인기가 높았다. 시행자 측이 부도날 일이 없고 대금 지급도 안정적이어서 다소 이익이 적게 나더라도 건설업체들이 너도 나도 따내려 했다. 대형 인프라 실적은 건설업체의 시공 능력 순위를 높이는 첩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업체들이 대형 공공 공사 수주에 소극적이 됐다. 무엇보다 공사비 급등으로 '밑지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위례신사선이 대표적 사례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3호선)을 연결하는 총 길이 14.7㎞의 대형 공사다.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약 1조2500억원에 공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가가 급상승했고, 인건비 폭등·고금리 등으로 기존 공사비로는 도저히 남는 게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GS건설 측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GS건설 관계자는 “2020년 수주 이후 예상치 못한 대외환경 이슈로 급격히 오른 공사원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 인프라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고공행진하던 원자재가격이 최근 안정되긴 했지만 안전규제 및 품질 규제 강화로 공사비 부담은 여전하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 입찰 무산에는 공사비 급등 외에도 촉박한 공사기한과 엄격한 입찰 기준 등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초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가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공기를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공법 난이도가 높아 최소 10년은 필요한 공사로, 정부의 계획에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집단으로 외면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조기 완공의 명분이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음에도 이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방식을 산을 깎아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했는데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가 예상되는 난공사"라며 “공사 기간이 너무 짧은 반면 난도는 높아 이대로라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간 공동도급을 2개사로 제한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임에도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공공도급을 제한해 비용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이번 1차 입찰이 무산되며 전체 사업계획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기대를 모으던 국내의 대형 공공 국책사업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표류하고 있다"며 “공공 인프라 조성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