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내년도 조정폭 놓고 심의중
윤대통령 돌봄업종 차등 발언에 찬반 재점화
中企·소상공 “지불여력 취약업종 구분 필요”
노동계 “차등은 차별…상향 있어도 하향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사용자 및 소상공인 단체들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며, 정부와 최저임금위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의 하나로, 최근 몇년째 최저임금위원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민생토론회 후속 점검회의에서 돌봄업종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분위기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말 그대로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계 및 소상공인업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 자영업 중심으로 지불능력이 부족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다는 산업계 현실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일부 업종에 최저임금의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총 “소규모업체일수록 최저임금 제대로 지키기 못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에 따르면 2001년 4.3%에 불과했던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13.7%로 높아졌다. 특히,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전체 근로자의 32.7%가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로 나타나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발간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보고서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13.2%)'은 △정부지원 신설(37.7%) △결정주기 확대(37.7%)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 반영(14.7%)에 이어 가장 시급한 최저임금제도 개선사항 4위로 지목됐다.
더욱이 차등적용 논의는 고물가·고금리·경기부진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참여 소상공인 1000명 중 878명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는 방법으로는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에 적용(58.2%)이 가장 높았고,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에 우선 적용(30.5%)이 뒤이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소규모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해 이들 사업장의 지불여력을 고려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업종별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제는 업종별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 “헌법에 어긋나…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적용 확대해야"
반면에, 노동계에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최저임금이라는 것 자체가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저 기준인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허용해 준다면 결과적으로 모두의 임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특정업종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인력난이 심화되고 해당 업종의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해 “최저임금제도는 국가적으로 통일된 최소한의 임금을 정하는 것인 만큼 사용자의 지불여력 등을 이유로 업종별로 차등하는 것은 최저임금에 관한 헌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에서도 업종별, 지역별로 국가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차등 적용하는 '상향식 차등적용'은 있어도 낮게 적용하는 '하향식 차등적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이보다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최저임금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은 이달 27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