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다 키운 SK 받은 재벌 2세”...최태원, 노소영 이기기 위한 ‘주장 핵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8 08:41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에서 SK 선대 회장과 현 회장 간 '업적' 격차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 측이 SK㈜로 합병된 SK C&C(전 대한텔레콤) 과거 주식 가치 산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SK C&C는 1991년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다. 당시 이름은 대한텔레콤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1994년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2억 8000만원으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이때는 SK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에 성공한 이듬해였고, 대한텔레콤 누적 적자는 수십억원 이상이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SK C&C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SK C&C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계열사들 전산 아웃소싱이나 시스템 통합 업무 계약 등 용역에 힘입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이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었다.


SK C&C가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하고, SK㈜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 C&C 지분을 가지는 구조다.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SK그룹은 2009년 SK C&C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나섰다.


다만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는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자 SK는 2015년 SK C&C와 SK㈜를 합병하며 일원화된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당시 합병은 SK C&C가 SK㈜를 1대 0.737 비율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명은 SK 브랜드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SK㈜를 쓰기로 했다. 현재 SK C&C는 SK㈜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로 돼 있다.


현재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지분 17.73%를 보유한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쟁점은 SK C&C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는 과정에서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이 기여한 분을 계산해야 하는 데 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재판부가 선대회장 사망 전후 회사 성장률을 잘못 판단해, 선대 회장이 성장에 기여한 부분까지 최태원 회장 기여분으로 봤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재판부가 최 회장이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애초 판결문에서 대한텔레콤 가치를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별세 이후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해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회사 가치 상승 기여를 12.5배와 355배로 판단했다.


선대회장이 12.5배 성장시킨 회사를 최태원 회장은 355배 성장시켰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 회장 측에 따르면 SK C&C 주당 가치는 선대회장 시절인 1994∼1998년 8원에서 1000원으로 125배 성장했다.


반면 최태원 회장 시절인 1998∼2009년에는 1000원에서 3만 5650원으로 35.5배 성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오류를 수정했다.


다만 1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주문은 바꾸지 않았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전날 직접 회견에 나서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며 상고 결심을 전했다.


이어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전날 회견에서 당시 주요 SI 3사 매출 증가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텔레콤의 경우 선대회장 시절 연평균 158.3% 성장해 LG CNS(30.4%)와 삼성SDS(27.9%) 대비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반면 선대회장 별세 이후인 1999년∼2015년에는 대한텔레콤 11.4%, LG CNS 9.6%, 삼성SDS 8.5%로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선대회장은 업계에서 두드러진 경영 성과를 낸 반면, 최태원 회장 성과는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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