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에 이복현 ‘작심비판’...“은행, 조직문화 과감히 바꿔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9 15:17

이복현 원장, 20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

“금융사고, 은행 존립기반 위협...사안 심각”
“새 감독수단 마련, 은행 조직문화 개선 유도”

내달 3일 책무구조도 시행 “CEO·임원에 부담 강화”
저축銀 대상 경영실태평가 “연체율관리 문제의식”

조병규 우리은행장 “횡령사고, 진심으로 죄송”
“모든 임직원 대상 교육...재발방지 주력”

이복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은행권에서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불완전판매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서류 위조로 인한 횡령사고까지 연이어 불거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바꾸라고 주문하는 한편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다음달 3일부터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는 만큼 단기 성과주의 관련 불완전판매 등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20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불완전판매, 횡령사고 등을 거론하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음에도 임직원들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사고를 예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진은 은행장들과 간담회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습

예를 들어 네덜란드 감독당국의 경우 심리, 행동 분석 전문가를 포함하는 전담조직을 운영 중이고, 호주는 금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 회사별 조직문화의 강점, 약점을 파악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감독당국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나 다음달 3일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 임원, CEO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더욱 심각성을 느끼기 때문에 단기 성과주의에서 비롯된 불완전판매 등은 기존보다 줄어들 것으로 이 원장은 기대했다. 이 원장은 “현재 준비 중인 책무구조도가 마련된다면 각 은행 본점에서도 주요 임원의 업무범위나 (내부통제 실패 관련) 책임범위가 명확해질 것"이라며 “책무구조도가 (CEO에게) 면피 수단으로 쓰이도록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임원이나 CEO에게 부담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현재 당국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고, 상당부분 파악했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선 영업점과 본점 여신, 감사단에서 소위 3중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시에는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에 대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병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그는 이달부터 적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마쳤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의 자체 평가가 금감원의 구조조정 원칙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업성 재평가,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연체율, 순고정이하자산비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부실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다.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이 8.5%로 작년 말(6.55%)보다 2.25%포인트(p)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 추세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들이 금감원 기대보다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가 적절한지 등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우리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사고에 대해 “우리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관련 실효성 있는 교육을 실시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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