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주목받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의 역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23 11:01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캘리포니아 50도, 뉴델리 47도, 아테네 40도, 베이징 37도! 이는 6월 중순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된 섭씨 기온이다. 때이른 폭염은 사상 최악의 여름의 서막을 알리며, 산불이나 사망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지난 30년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비중을 거의 줄이지 못한 결과다. Out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의 81.8%가 화석연료인데, 기후대응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을 체결했던 2015년에는 85%였으며, 첫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렸던 1995년에는 86%였다. 비록 세계에너지기구(IEA)가 2030년내에 화석연료의 수요가 peak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측이 화석연료의 빠른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분간 화석연료와의 공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거나 부득이하게 배출될 탄소를 포집, 저장 및 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땅이나 바다 속에 저장하는 CCS와, 포집된 탄소를 건축자재나 수송연료 등 제품에 넣어 활용하는 CCU로 나뉜다. 지난 11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CCUS 시장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연간 4억톤이 넘는 규모의 탄소포집 프로젝트가 미국, 영국, 캐나다 주도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CCS 시장이 연평균 20%대의 급성장이 전망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올해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CCUS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40여 개의 개별 법에 산재되어 있던 관련 규정들이 통합되었다. 포집 신고, 수송 승인, 저장 절차규정 등 사업추진 근거가 담겼고, 집적화단지지원, 탄소감축인정, 기술개발지원 등 산업 지원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사업 및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현재 집적화단지, 탐사 및 사업승인, 저장 관리, 모니터링 및 안전 관련 상세 규정을 담은 하위법령이 마련 중이고,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5월에는 핵심기술개발 및 국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CCS 전략 및 정책을 민관이 함께 논의했다. 선진국 대비 약 80%인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포집-수송-저장 전주기상 11대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2030년 상용화 목표로 대규모 R&D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저장을 위해 폐광 지역 탐사 추진과 더불어 산단 연계형 허브터미널 및 저장소를 구축하고, 해외 저장을 위해 주요 저장소 보유국과 국경통과 CCS 협약 추진은 물론 청정수소 등 관련 산업과 혼합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상술한 기반 마련의 화룡점정은 실증이다. 실제로 건설해서 운영을 해 봐야 주도적 확대가 가능하다. 마침 지난 1월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실증 사업은 2030년까지 총사업비 2조 9,529억원이 소요되고, 육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이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10년간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가 지난 20일 동해가스전을 현장 방문해 자세히 보니, 2021년까지 해저에서 가스를 채굴해 육지로 보냈던 폐가스전을 역으로 활용해, 2026년부터 5년간 울산 및 부산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울산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가스가 담겨 있었던 해저 저류층에 탄소를 주입·저장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전과 CCS간 핵심적인 차이는 가스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경제성이 있었지만, CCS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배출권의 가치는 톤당 만원으로 가정하면 12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경제적 효용을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배출권의 가치는 향후 상승할 것이고 저장용량 확대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향후 국내에서 포집된 막대한 탄소를 국내외에 저장해야 하는데, 대규모 실증을 해보지 않으면 본격 저장시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2000년대 동해가스전을 발굴한 한국석유공사와 이를 건설한 현대중공업의 경험이 향후 베트남 단독 가스전개발이나 해상플랜트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쉽지만, 80%를 넘게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글로벌 소비구조를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CCUS 역할을 재조명해 우리의 채비를 공고히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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