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엔화 가치 하락이 일본 거품(버블) 경제 시기와 유사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도통신은 엔/달러 환율이 26일 오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60.39엔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160엔을 넘어선 엔/달러 환율은 올해 4월 29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특히 '버블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약 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측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준 내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직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해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3∼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 축소 시점을 내달로 미루며 현행 금융완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당분간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따라 달러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엔화 약세가 에너지와 원재료 수입 가격을 밀어올리면 소매 가격도 상승해 개인 소비가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160엔을 넘은 엔/달러 환율로 일본 금융당국이 또다시 대규모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당국은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 7885억엔(약 85조원) 규모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한 뒤 환율 관련 문제에 공감했다.
이들은 “양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