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혹은 물리적·언어적 분쟁 없이 내용증명 뿐
-전 대표 해외 도피 상황, 연락조차 어려웠던 상황
-2019년 당시 이노그리드 열위한 재무상황 놓여
-재무구조 개선 위한 외부의 자금 유입 불가피
거래소의 이노그리드 상장 취소 이슈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노그리드에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는지, 그리고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8일 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이유는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누락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금번 효력불인정 결정은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 등으로 인한 것으로 이노그리드는 관련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노그리드는 24일 “해당 부분의 경우, 당사 분쟁이 아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일회성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존재했는가?
쟁점은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다. 법조계에 따르면 경영권에 관해 법적인 정의나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한다. 이런 경우, 국어사전의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관례적인 쓰임을 판단하곤 한다.
사전적 의미의 '기업가가 자신의 기업체를 관리ㆍ경영하는 권리'다. 이를 비춰볼 때 2019년에 있었던 무상감자 및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경영권이 바뀔 소지가 있었기에 경영권의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에 속한다.
그렇다면 양 측간 '분쟁'이 있다면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거래소의 판단은 올바른 판단이 된다.
사전적 의미의 분쟁이란 '말썽을 일으키어 시끄럽고 복잡하게 다툼'으로 말 그대로 '다툼'을 의미한다.
다툼은 소 또는 소 외(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우선, 소를 통해 에스앤알코퍼레이션과 김명진 대표는 다툰 적은 없다고 파악된다. 이노그리드의 경영권은 2019년 무상감자 및 주주배정 유상증자 전후로 에스앤알코퍼레이션에서 김명진 대표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감자의 경우, 에스엔알코퍼레이션의 인감증명서가 없으면 공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대표 측은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의 동의를 받고, 관련 서류를 인편으로 수령했다. 인편은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2022년에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의 박종철 전 대표가 보낸 내용증명 1회는 '소'로 보긴 어렵다.
소송 이외의 방법으로도 다툴 수도 있다. 다툼은 물리적인 방법, 언어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박 대표는 캐나다에 체류했다. 그리고 중간에 한국에 들어올 상황도 아니었다. 2019년 그는 그가 CEO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였던 에프티이앤이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당했고, 2021년에는 그와 함께 고소된 당시 CFO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관련 혐의들은 사실로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언어적인 다툼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는 “여러 번 지인을 통해서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했지만, 도피 중인 사람이다 보니 연락처를 노출하는 것을 매우 매우 꺼렸다"고 설명했다.
◇2019년 회사행위(Corporation Action)가 분쟁 소지가 있을까?
△지분증권의 발행 △CB, BW 등 준지분증권의 발행 △감자 등은 대표적인 회사행위다. 회사 행위는 주주들에 갑작스러운 지위 이전을 야기할 수 있기에 거래의 제반사정을 두루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이노그리드의 무상감자 및 유증은 경영권 확보 목적보다는 회사의 재건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된다.
당시 이노그리드는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운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2018년 말 기준 이노그리드의 자본총계는 1.9억원이고, 자본금은 40억원이었다. 자본잠식률은 95%다. 완전자본잠식이 된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업을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감자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누적된 적자로 2018말 기준 결손금은 75억원에 달했고, 현금은 1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1년 이내 상환해야하는 5.7억원의 단기차입금과 인건비 등 회사의 운영비를 고려하면 외부 자금 수혈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에 “김 대표는 2019년 1월 전문경영인으로 경영할 당시 회사의 재무상황은 매우 열위한 상황"이었다면서 “이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실권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