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세원이앤씨가 삼킨 주주 가치와 시장 신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27 10:11
강현창

▲강현창 기자

최근 코스피 상장사 세원이앤씨를 취재하면서 자본시장의 민낯을 목격했다. 이 회사는 주주가치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소수 경영진의 이익만을 좇는 모습을 봤다.




세원이앤씨가 벌인 일들은 황당 그 자체다. 수백억원대의 의심스러운 자산 매입을 강행하면서 이사회 소집부터 의사결정까지 온통 하자투성이다. 지난 5월 13일 열린 이사회는 정관상 규정된 소집 절차를 무시한 채 전날 저녁 카카오톡으로 통보되었다. 더욱이 안건의 세부 내용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매입하려던 자산들도 문제투성이였다. 성지건설 소유의 부동산 우선수익권은 15년간 미분양 상태로 7차례나 공매에 실패한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96억원이라는 가격에 매입을 결정했다. 성지피에스의 회생채권 120억원어치도 실제 가치는 10억원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신테크 소유 부동산 매입 건은 더욱 황당하다. 해당 부동산은 이미 법원의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고, 강제경매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세원이앤씨는 이사회 직후 전환사채(CB) 30억원 어치와 현금 20억원을 거래 상대방에게 건넸다. 결국 이 부동산은 얼마 후 법원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낙찰되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특정 세력에게 회사의 자금을 흘려보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최승혁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이번 거래의 주체인 세원이앤씨, 성지건설, 성지피에스 등 여러 회사를 넘나들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모든 일이 버젓이 상장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상장회사가 소수 경영진의 사익 추구 도구로 전락한 꼴이다. 이는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해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 세원이앤씨의 의사결정 과정에 불법적 요소는 없었는지, 자금의 흐름은 정당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위법 행위가 적발된다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장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감사 기능의 실질화 등이 시급히 요구된다.


세원이앤씨 사태는 우리 자본시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이를 개선할 차례다. 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과 제도 개선,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경각심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한 자본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원이앤씨 사태를 교훈 삼아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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