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우파 국민연합(RN)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유럽의회 선거 패배 이후 국면 반전용으로 띄운 조기 총선 승부수가 되레 '국면 악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FM TV는 여론조사기관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RN이 1차 투표에서 33%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60∼31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위 역시 야권인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에 돌아갔다. NFP는 득표율 28.5%로 115∼1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22% 득표에 그쳐 90∼120석 수준으로 전망됐다.
다른 출구조사 역시 이런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소스는 투표율이 높게 나온 만큼 2022년 총선 5명에 불과했던 1차 투표 당선자가 65∼85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 25% 이상, 당일 총 투표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등록 유권자 25%이상은 득표율 뿐 아니라 투표율까지 높아야하는 조건인 셈이다.
이번 1차 투표율 잠정치는 2022년 총선 1차 투표율 47.5%보다 19.5%p나 높은 67%로 집계됐다.
극우 RN 약진과 마크롱 대통령 조기 총선 선언으로 선거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결과다.
이날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는 내달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1차 투표 확정 의석수는 대부분 1위 RN이 차지할 공산이 큰 만큼, 결선에서 RN이 꺾일 확률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높은 투표율로 2차 투표 진출 요건을 충족하는 3위 후보가 많아 다자구도 지역구가 상당할 예정이다.
2차 투표에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한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회견에서 “유권자들이 마크롱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열망을 명확한 투표로 보여줬다"고 환호했다.
그는 '결선 맞수'로도 집권 세력이 아닌 극좌 정당을 지목했다.
르펜 의원은 “아직 승리가 아니다.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폭력적인 극좌 정당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걸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는 2위 좌파 연합과 3위 여권 연합은 각 지역 단일화를 천명하며 대응에 나섰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회견에서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명백한 패배를 안겼다"며 정권 심판론에 힘을 얹었다.
그러나 3자 대결이 벌어지는 지역구에서 RN 후보가 1위, NFP 후보가 3위를 하고 있다면 2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NFP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투표 종료 후 낸 성명에서 “RN에 맞서 지금은 분명히 민주·공화적인 대규모 연합을 이뤄 2차 투표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 역시 회견에서 “수백개의 선거구에서 우리 후보가 RN을 이길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선거구에서는 후보들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르네상스도 성명에서 “RN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공화국의 가치라는 핵심을 공유하는 후보를 위해 사퇴할 것"이라며 타 정당에 “RN 승리의 위협에 직면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소수 우파 정당 취급을 받던 RN이 '젊고 온건해진' 목소리를 무기로 프랑스 정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RN을 이끄는 95년생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총선 결과에 따라 총리로 입성, 공동 집권하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델라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수 있도록 RN을 절대 다수당으로 만들어달라고도 촉구했다.
이 경우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역대 4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RN 지지세가 유럽의회 선거 이후 조기 총선까지 이어지면서 2027년 대권을 쥘 가능성도 주목 받는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12일 대국민 회견에서 “나는 2027년에 극우에게 권력의 열쇠를 내주고 싶지 않다"며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한편, 프랑스 정계는 한국 개혁신당이 특히 주목하는 사례기도 하다.
개혁신당은 프랑스와 같은 대선 결선 투표·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난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총선 직후에는 천하람 원내대표가 이준석 의원 당선에 “명실상부한 대선주자의 면모"라며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는 멋지고 젊은 대선주자를 보유한 정당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허은아 대표 역시 지난달 27일 바르델라 RN 대표를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하며 “젊은 당수를 중심으로 집권을 목전에 둔 성공 사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르델라 대표는 29세 나이에 대통령 후보가 됐다. 공식 일정에 SNS 관리팀이 항상 동행하고, 청년세대의 불확실한 미래를 강조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