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AA-/부정적’ 등급 평가… 추가하향 가능성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1 15:33

-신평사, 롯데지주 ‘AA-/부정적’으로 등급 하향하며 등급평가 추가 하락 가능성 열어

-2022년 AA/안정적→ 2023년 AA-/안정적→ 2024년 하반기 AA-/부정적, 매년 하향

-롯데쇼핑 중심으로 실적 회복세지만 그룹 ‘비전’은 여전히 모호… M&A 성과도 미미


롯데지주 CI

▲롯데지주 CI

롯데지주가 신평사 등급평가에서 연이어 AA-/부정적 등급으로 하향되며 우량 기업이란 타이틀을 반납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할 처지에 놓였다.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 실적 악화를 롯데지주 등급 전망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애매한 그룹 '비전' 속 장기간에 걸친 리소스 낭비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28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 27일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3사 모두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부정적 전망은 6개월에서 2년 내외의 긴 기간을 두고 부정적 요인을 모니터링할 때 부여한다.



롯데지주의 경우 향후 특별한 개선이 없다면 A+ 등급까지 하락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신용등급에서 AA- 이상은 우량채권으로 분류돼 우량채권형 펀드의 구성물이 된다. 반면 A등급은 그렇지 못하기에 A+와 AA- 등급 차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10대 그룹의 지주사 중 우량등급이 아닌 곳은 (주)한화와 HD현대 밖에 없다.


3사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하향 원인은 롯데케미칼의 부진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지주를 지탱하는 주요 계열사로 캐시카우를 담당할 정도의 우량 계열사였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고유가 기조 △중국발 증권부담 심화 △전방 수요 침체 등 비우호적 업황 탓에 2022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 적자 규모도 1조원을 상회한다.




문아영 나신평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며,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지는 신용등급 '하향' 기조

롯데그룹에 대한 경고음은 과거부터 있어왔으나 본격화된 것은 지주사로 전환한 2017년부터다.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된 롯데지주는 재무지표 및 자산가치 기반 재무융통성이 약화돼 'AA+/안정적'등급을 반납했다. 'AA+/안정적'은 10대 그룹 지주사 중 (주)SK, 삼성물산, 포스코홀딩스 등만 부여받은 최우량등급이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당시 한기평은 '사면초가(四面楚歌), 어떠한 묘수풀이 가능할지?'란 롯데그룹 분석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김병균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2017년 이후 그룹 전반의 실적이 저하되고 있으며, 차입부담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신용등급은 △2022년 AA/안정적 △2023년 AA-/안정적 △2024년 하반기 AA-/부정적으로 매년 등급 혹은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그래도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3254억원으로 전년 1조248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현금 기준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거뒀다.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2022년 738억원, 2023년 670억원의 롯데쇼핑의 투자자산 손상차손을 환입하기도 했다.


◇모호한 '비전' 속 M&A

다만, 비전이 모호하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이는 M&A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최근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투자로는 한샘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전 일진머티리얼즈)가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한샘 M&A는 IMM PE가 EBITDA멀티플 26배를 지불했다. 지난해 수준 26년 벌어들인 현금을 지불해 인수했다는 의미다.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우 고평가", “최양하 전 회장의 완승"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계약 체결 후 IMM PE는 전략적 투자자(SI) 구하기에 혈안이 됐으나 모두 높은 가격에 손사례쳤다. 그런데 2021년 9월 롯데가 3000억원을 투자해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인수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실적 및 주가 하락으로 인수금융단의 재무약정 테스트 통과 여부가 뉴스가 되고 있다. 기한의 이익 상실(EOD)와 같은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2022년, 2023년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주식은 6만원 수준으로 인수 당시 주당 22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30%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최대 규모 M&A였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고가인수 논란이 있었다. 22년 기준 EBTIDA 멀티플 30배~35배를 지불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동박의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평이 상당했다.


롯데 품으로 오자마자 수익성도 급감했다.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은 118억원으로 전년 847억원과 비교해 8분의 1토막 났다. 또한 올 1분기 역시 영업이익은 43억원에 그치고 있다.


인수금융에 따른 이자비용도 감당할지 불투명하다. 롯데케미칼은 동박회사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91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가산금리(지난해 말 기준 1.5%~2.6%)를 얹어서 1조3000억원을 차입 조달는데 이는 연 5%를 상회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변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 문화 변화지만, 변화가 가장 어려운 것이 기업 문화"라면서 “비상경영, 사장단 회의, 경영진 물갈이 등으로는 의사결정의 중심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