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럽의회 선거결과가 준 교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1 11:00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 중 하나로, 각 회원국의 인구 비율에 따라 현재 705석으로 구성된 의석이 배정된다. 회원국 마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직접선거를 통해 5년마다 선출됩니다. 이러한 유럽의회 선거가 지난 2024년 6월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졌는데, 그 결과가 EU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특히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이 기존 71석에서 52석으로 줄어든 반면,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같은 극우 성향의 정당들은 각각 69석에서 76석으로, 49석에서 58석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민문제나 정치적 불신과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 등과 함께 생활비 상승, 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주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EU의 그린 딜과 같은 환경 정책이 추진되었으나, 일부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느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인상으로 인해 많은 유권자들이 녹색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기존의 주류 정당에 대한 불만을 극우 및 반체제 정당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올해 초 이런 결과를 예측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스웨덴 우프살라 대학과 핀란드 동부 대학 연구진이 스웨덴 각 지역의 전기 가격 상승이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를 측정, 이를 2002년부터 2018년까지의 선거 결과와 대조해 보았다. 그 결과 스웨덴의 탈 원전 및 탈 탄소화 정책으로 인해 그 동안 발생했던 전기요금 상승이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음을 확인하였다. 결국 전기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준다. 사실 최근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탄소중립 추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력 생산 원료 가격이 상승하며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4조 원을 넘었고, 부채비율은 560%에 이른다. 2024년 1분기 이자 비용만 1조 1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연간 이자 비용은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자구안을 발표했으나,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재정 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경제적으로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도전 과제이다. 유럽사레에서 보듯이 전기요금 인상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정부의 지지율과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전기요금 동결을 선언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이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여름철 전력요금 문제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어 2016년 박근혜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으로 인해 전기료를 인하했고, 2018년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문제로 인해 전기요금을 가구당 평균 1만 원 인하했다. 이러한 사례는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적 선호 및 이후 선거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은 공공선택의 문제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호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적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경제적 투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보상-심판 가설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개인 소득이나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회고적 평가를 바탕으로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심판한다. 전기요금 상승은 경제 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이어져 유권자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은 유권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소위 '가계부 경제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정부나 집권여당을 심판하는 '경제 투표'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만큼 어느 정파가 집권하든 단행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한전의 경영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도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동안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많았지만, 인상 시 유권자들의 반응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의 정치적 선호나 나아가 향후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전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국가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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