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7936억원, 삼성물산이 7677억원 순
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에 규모 크게 확대
가치 제고 기업들도 노력, 규모 더 커질 것
정부가 K-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자사주 소각 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기업 데이터분석 서비스인 버틀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4일까지 자사주 소각 공시건수(신규 기준)는 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건대비 61.40%가 증가했다. 2022년 같은 기간에는 26건, 2021년은 13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공시를 통해 밝힌 소각 예정 총 금액은 6조7704억원으로 작년 동기 2조5732억원 대비 163.11%가 늘었다. 이는 올해 대기업을 비롯해 금융지주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이 7936억원으로 가장 컸고, 삼성물산이 767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4000억원), 쌍용C&E(3746억원), KB금융(3200억원), KT&G(3150억원), 현대차(3123억원), 신한지주(3000억원), 하나금융지주(3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2402억원), SK스퀘어(1965억원), 기아(1916억원), KT(1789억원), 셀트리온(1765억원), 현대모비스(1500억원), 신한지주(1500억원), 우리금융지주(1366억원), 금호석유(1291억원), 크래프톤(1195억원), DL이앤씨(1083억원) 등이다.
소각 예정인 주식은 기취득 자사주가 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장내매수 8건, 장외매수 2건, 공개매수 1건 순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소각이란 전산상에서 자신들이 보유중인 주식을 지워 없애는 것을 말한다. 통상 불에 태우는 소각(燒却)이 아닌 소각(消却)으로 쓰인다. 주식이 소각 될 경우 없어지는 주식 규모만큼 주당 가치가 증가해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또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오버행 우려 또한 사라진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주주환원이 아닌 주가관리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자사주취득의 배당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에 대한 확실한 이익환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공시일 이후 11.8%가 올랐다. 하나금융지주는 38.5%가, KB금융은 36.3%, 신한지주 21.2% 등도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부진에 따른 부담으로 하락 중인 상태다.
정부가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직전 3년에 비해 5% 이상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에 나서고 있어 소각 등의 주주친화정책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추가매입을 검토중에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 역시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공시 강화 등 자사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기업의 자발적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상위 20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