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원안위의 정치적 독립을 촉구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9 10:59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탈핵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 몫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자력계가 반발하고 있다. 양이원영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극렬 반원전 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실제로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 간다는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양이원영 전 의원을“탈핵 운동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삼척 신규 원전 유치에 반대했고 경주 방폐장 지질의 활성단층 문제를 처음 제기했으며, 월성 1호기 가동 연장에도 반대, 핵융합 연구 사업 등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했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 반원전의 상징으로 각인된 인물을 야당이 원안위 위원으로 추천한다고 하니, 원자력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탈원전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지난 총선 공약에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조기 퇴출만 포함했을 뿐 원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22대 야당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국회 주변 인사들의 전언도 있어, 원전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돋아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양이원영 전 의원을 원안위 위원으로 추천한다면, 야당의 탈원전 정책 기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이원영 전 의원은,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볼 때, 원안위 권한을 활용하여 반원전 활동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원전 인사가 장악한 원안위가 탈원전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한빛 4호기 원전을 지난 정부 5년 내내 멈춰 세웠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양당이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고받는 사실상 양당 체제다. 각 당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하나의 공약 묶음으로 만들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 유권자는 공약 묶음 안에 있는 개별 정책 모두에 찬성해서 선택하지는 않는다. 공약 묶음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선택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정책에 대해서는 선거 결과와 다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원전 정책이 대표적 예다.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도, 탈원전 정책 기조를 따르는 정당이 집권하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양당의 원전 정책이 극명하게 갈리면, 원전 정책은 탈원전과 복원전을 오가는 냉탕 온탕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은 70% 정도 내외에서 유지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일정 수준의 원전 비중이 유지되는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원하는 국민 여론과 달리, 원전 정책은 정권에 따라 급격히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문제는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은 5년, 10년마다 손바닥 뒤집듯 뒤바꿀 수 없는 장기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 수급 구조를 바꾸는 에너지전환은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에너지정책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체제의 각 당의 원전 정책 기조가 확연히 달라, 장기적 일관성은 고사하고 단기적 정책 안정성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원전과 복원전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원전 생태계 붕괴뿐만 아니라 에너지수급 위기를 초래할 위험성만 점점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희망이 있다. 원전 정책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가능성을 원전 정책에 침묵한 야당의 총선 공약집에서 찾을 수 있다. 야당의 지지층을 의식하여 탈원전 정책을 접을 수 없고, 전체 여론을 고려하여 탈원전을 내세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대한 정치적 처세가 침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치로부터 독립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셈법이 아닌 사실과 현실에 기초한 원전 정책과 규제의 길을 열어주면, 정권에 따라 냉탕 온탕을 반복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원안위는 정치적 독립이 아닌 정치적 중립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의 참여는 정치적 균형을 맞출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각 위원은 추천 정당의 정책 기조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정치적 종속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원안위 위원의 국회 추천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전의 안전 운영에 정치가 개입할 공간은 없다.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