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가계부채 관리, 금융당국-은행만으로 어림도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9 14:22
금융부 나유라 기자.

▲금융부 나유라 기자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리스크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로 은행권이 연일 어수선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마저 하루가 멀다 하고 주담대 금리를 미세 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한 영향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사업자, 가계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칫 지금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은행권의 무리한 영업 기조에서 비롯됐다는 식의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발언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작년 11월 은행들이 대출상품 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일부 상품에 대한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 은행권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당장 대출을 원하는 금융소비자에 등을 돌리고, 대출 문을 걸어잠그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NH농협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신규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 은행들의 금리 인상, 취급 기준 강화 등의 연결고리가 벌써 수년째 반복됐다는 방증이다.



이는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주담대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 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감에 기인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도 '내 집 마련의 꿈'과 무관치 않다. 당장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만한 주거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양육한단 말인가. 2년 혹은 4년 마다 주거지를 옮기지 않고, 넓고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남부럽지 않게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그러나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빚을 내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은 매섭고 참담하다.


결국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가계부채 문제가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가계부채만 잡으려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금리와 역행하는 현 주담대 금리 기조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특정 부처, 특정 기업이 아닌 모든 부처가 중지를 모으고 누증된 가계부채 문제의 구조적 해결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지금 가계부채 문제에 절실한 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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