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세종의 마방진 정치가 난국 수습의 지름길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15 11:02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한국갤럽이 2024년 6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6%로 4월 총선 후 석 달째 20%대 초중반을 답보 중이다. 더욱이 4월 총선 결과 범야권은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인 의석수 5분의 3(180석) 이상을 가져가게 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겨우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데 급급한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국면은 원초적이기보다는 윤 대통령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나경원, 안철수를 비토하고 억지로 당선시킨 김기현마저 물 먹이는 과정, 그리고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등 윤 대통령과 친윤들이 보인 옹졸함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국민 지지율과 국회와의 갈등 구조로는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을 면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실마리로 세종의 마방진 정치를 제안한다.


마방진은 영어의 'magic square'를 번역한 것인데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숫자 합이 일정한 방진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의 우왕이 낙수의 치수공사를 할 때 나타난 거북의 등 껍데기에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수치를 이용하여 치수를 한 결과 난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식으로 중국에서 마방진을 설명한 책은 1275년 송나라의 양휘산법이 최초이다. 한국에서는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수학자 최석정이 저술한 구수략에서 기술하고 있는 마방진이 최초다. 서양의 마방진은 1514년 독일의 기하학자인 A. 뒤러의 동판화 멜랑콜리아에 그려진 4차원 마방진이 유명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는 권력에 도전할 것 같은 2 인자를 숙청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태종 이방원이었다. 이숙번 등 일등 공신뿐 아니라 민무구 등 처남 4명과 세종의 장인 심온 마저 숙청한다. 태종의 마방진 정치는 중앙에 오로지 '일(一)'이라는 숫자만을 놓고 나머지는 0으로 한다. 그러면 가로, 세로, 대각선 숫자의 합이 모두 1인 마방진이 된다. 왕 이외에 누구의 권력도 모두 무력화시키는 태종의 국가관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대표와 갈등을 빚는 윤 대통령의 정치관과 유사성을 발견한다. 대통령만이 유일한 1이며 나머지는 모두 제로로 간주하는 사고의 유사성이다. 여기서 세종은 왕만이 1이고 나머지는 제로여야 하는 태종의 마방진과 다른 마방진을 찾게 된다. 33 방진을 풀어내는 해법을 깨닫게 된 세종은 태종과는 달라야 할 자신의 조선, 마방진 정치를 통해서 왕권과 신권이 상생하는 권력구조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종의 마방진 정치는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다. 종교나, 사상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배분된다. 조선의 정치는 유교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황희, 윤회, 정인지, 최만리 등 유생이 정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불교의 변계량, 도교의 맹사성, 법가의 허조가 이를 견제한다. 세종은 재임 32년간 2,276회(71.1회/년)의 경연을 통해서 사상적 일체성을 추구하였다. 지역적으로 보면 변계량, 정인지, 허조는 영남 출신이다. 반면, 호남의 윤회와 맹사성이 견제한다. 또한 이북 출신으로 최만리가 있다. 이 모두의 중심에 경기 출신 황희가 있다. 황희는 엄격한 의미에서 세종의 정적이다. 태종이 양녕대군을 폐할 때 극구 반대하다가 귀양을 간 사람이다. 그런데 세종 치세 32년 중 18년간 영의정으로 재임하였다.




세종의 마방진 정치는 신권을 사상, 학연, 지연, 등으로 균등하게 배분하여 균형을 통해서 상호 견제케 한다. 여기서 세종의 위대함은 마방진 정치로 신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여유를 가졌다는 것이다. 또한 그 여유는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1인 독주의 태종의 마방진 정치는 전제 군주제 아래서나 가능하다. 현대의 자유민주 체제에서는 세종의 마방진 정치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법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패러다임 시프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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