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2구역 재개발, 개포한신 재건축, 방배 7구역 등 수주전 성사
한남4구역·압구정·여의도 대교 등에서 시공사 선정 예정
공사비 급등과 경기불황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수익이 날 만한 '알짜 사업지'만 골라 선별수주전에 나서면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사들은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강남이나 성수 등 상징성이 높은 서울 사업장에서도 수주를 주저하고 있다. 일례로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은 대우건설만 지난 5월 참여의향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이 단지는 총 공사비만 6970억원에 달해 상반기 재건축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힌 곳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 입찰 당시 조합이 제시한 3.3㎡(평)당 공사비는 840만원이었다. 한강변 입지를 자랑하는 서울 광진구 자양7구역도 최근 두 차례 입찰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3.3㎡당 공사비가 870만원으로 책정됐고 1차 입찰 참여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DL이앤씨만 제출해 유찰됐다. 8일 마감한 재입찰에서도 DL이앤씨만 참여해 무산됐다.
이와 반대로 적정 공사비과 적은 사업비, 높은 분양 확률 등 수익성이 확보된 알짜 사업장에서는 수주전이 성사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1일 사업비 7000억원 규모의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남영동 일대 1만7659㎡를 재개발해 최고 35층, 3개동 아파트 565가구와 오피스텔 80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7000억원 규모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가구당 10억원의 사업촉진비와 더불어 업무시설 일괄 매입을 사업 조건으로 내걸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향후 2년간 확정 공사비 및 책임준공을 조합에 제안했다.
서울 강남구에선 개포한신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격돌하고 있다. 지난 4월 1차 입찰 땐 나서는 건설사가 없었지만 이달 초 2차 입찰에 두 회사가 참가했다. 1985년 620가구 규모로 지어진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816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약 4295억원 규모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보유한 DL이앤씨가 체급은 더 크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두산건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에는 SK에코플랜트와 호반건설이 지난 2일 출사표를 내면서 수주전이 성사됐다. 방배7구역 일대를 최고 19층 316가구 아파트로 새로 짓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재건축 조합원이 81명에 불과한 데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도 가까워 '알짜배기'로 꼽힌다. 소규모 단지여도 강남권 수주라는 상징성이 커서 현재 두 회사는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정비업계에선 하반기 재개발·재건축 시동을 거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고 핵심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을 예고하고 있어 정비시장이 다소 활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4구역, 압구정아파트지구, 여의도 대교 아파트 등이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7월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10~11월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말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 규모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이 곳은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서울 재건축 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3946가구로 3구역과 2·5구역이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압구정현대 전담팀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수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대교아파트가 시공사를 선정을 앞두고 있다. 570여 가구 규모 단지가 최고 49층, 4개동 922가구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된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과 경기불황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면서도 “하반기 수익이 보장된 알짜 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기 때문에 정비사업 분위기가 다소 활력을 찾을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