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서 수리 방침으로 전공의 병원 복귀 '문'을 닫은 가운데, 출근 전공의가 50명도 채 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우선 사직 처리 후 하반기(9월) 수련을 통해 전공의 복귀 문을 재차 열 예정이다.
다만 환자 의료 이용의 폭을 일부 제한해 전공의 의존을 줄이는 의료체계 구상까지 언급되는 등 강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공의 복귀·사직 결정 마감일이던 전날까지 대부분 전공의가 아직 복귀하지 않았고 병원 연락에도 무응답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4%(1만 3756명 중 1155명)에 그쳤다.
출근한 전공의는 이달 12일(1111명)보다 고작 44명 늘었다.
정부가 병원을 상대로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에 비하면 출근 전공의는 지난 한 달여간 142명만 증가했다.
각 수련병원은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 사직 처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인력을 쥐어짜고 있는 응급실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사직하는 등 영향이 커지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의지를 꺾을 기색 없이 이른바 '플랜 B'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복귀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 조치와 관련,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기존 기관의 소속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전공의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귀할 의사는 있지만 소속 기관 눈치가 보인다거나, 주변 그룹 분위기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하반기 대규모 채용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신입사원 공채처럼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통령실 측은 “여러 비판 요인이 있음에도 하반기 모집에 여러 가지 기회를 준 것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되도록 많은 인원이 응모해주길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만약 (하반기에도) 전공의들이 다시 수련에 들어가는 규모가 크지 않다면 속도를 좀 빨리해서, 빠르면 9월부터라도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료,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고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할 전망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비율은 50% 이상으로 늘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일 방침이다.
대통령실 측은 “상급 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구조를 전환한다는 게 큰 방향"이라고 밝혔다.
“역할에 맞는 중증이나 희소 질환 중심으로 병원의 기능이 바뀌고, 인력도 전공의를 늘려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전문의 중심으로 점차 전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이렇게 되면 전공의가 그렇게 대거 복귀하지 않아도 상급 종합병원으로서 기능은 유지하면서 점차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환자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들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측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발생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 사태에는 “그 병원에 한정된 상황이고, 셧다운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계별로 정상화하는 플랜을 가지고 기능을 유지하는 채로 추가 채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할 만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지금까지 원칙에서 후퇴한 것도 의료계하고 소통한 결과로,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다 의료계가 원하는 수준까지 했다"고 말했다.
다만 “부족하지만 더 소통하고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9월 수련에 돌아오면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번 복귀·사직 결과를 보고 전공의들을 더 설득하고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는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