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건설사들 저출생 위기 극복에 발 벗고 나서
중소 건설사 출산이나 육아 관련 제도 운영하기 쉽지 않은 곳 많아
“부영그룹이 아이 1명당 1억원을 지급한다는 뉴스를 보더니 아내가 거기로 이직할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 지금 있는 회사는 지원금은커녕 아직도 배우자 출산 휴가를 쓰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난감했다."
최근 만난 한 중견 건설사 30대 직원의 한탄이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건설업계가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저출생 문제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건설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라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기업 차원이 아니라 정부·지자체들이 좀더 통 큰 대책을 내놔야 '사회적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이날 남성 직원의 배우자 출산 휴가 일수를 두 배로 늘리는 등 사내 출산 장려 정책을 전면 개편해 발표했다. 임신, 출산, 육아 전 주기에 걸쳐 실효성 있는 혜택을 확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관련제도를 보강 및 신설했다. 그동안에도 △난임 시술비 지원 △산후조리원 지원 등 제도가 있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추가 보강해 여러 지원책을 신설했다. 우선 난임시술비는 1회당 100만원 한도 내, 총 5회까지 지원. 산후조리원 비용은 실 발생비용의 50%를 회사에서 지원하고, 출산 축하금도 기존보다 2배가량 상향 지급한다. 또 출산축하선물 및 예비부모를 위한 교육, 육아휴직 복직자를 위한 적응 교육 등 다양한 교육제도를 신설했다. 법적으로 지정된 육아휴직 기간 1년 외 추가로 최대 1년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기간을 확대했다. 남성 직원들을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도 기존 10일에서 2배 확대해 20일로 적용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사내 제도 보강, 신설 및 눈치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 조성을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이 양립된 삶을 영위함으로써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나아가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반그룹도 최근 결혼하는 직원에게 축하금 100만원, 셋째 이상 아이를 낳으면 2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복리 후생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출산 지원이 가장 눈에 띈다. 첫째 자녀 출산 시 500만원, 둘째 1000만원 등으로 책정해 기존 50만원에서 파격적으로 늘렸다. 셋째까지 낳으면 누적 지급액이 3500만원이다. 난임부부에 최대 390만원의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도 출산을 고려하는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은 “직원들이 임신, 출산, 육아 시기에 안정감을 얻고 가정과 일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제도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가정과 회사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을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지난해 6월 셋째 출산 시 조건 없는 특진 등을 포함한 결혼∙출산∙양육 지원 제도 확대를 발표하여 화제가 됐었다. 해당 대책에는 △결혼하는 직원에게 1억원의 주택구입 지원대출 △출산 시 법정휴가 외 특별 유급 출산휴가 1개월 및 육아휴직 3개월 간 급여 보전 △두 자녀 이상 출산 시 자녀 당 최대 2년 간 육아휴직 근속 인정 및 승진 가능 △셋째 출산 시 조건 없이 승진 △넷째 출산 시 1년 간 육아도우미 지원 등 결혼과 다자녀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지원책이 담겼다.
부영그룹은 저출산 문제해결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출산한 임직원 66명의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다둥이 2억원, 연년생 2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부영그룹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선보이고 있다.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 지급을 비롯해 주택 할인, 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지급 등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보수적인 건설업계도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저출생 문제 극복에 나서는 점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중소 건설사들은 출산이나 육아 관련 제도를 운영하기 쉽지 않은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