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탄소중립…올 상반기 석유소비량 역대 최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25 14:00

상반기 소비량 4억7819만배럴, 기존 최대 2022년보다 943만배럴 더 많아

휘발유, 납사, 항공유, LPG 가장 많이 증가…6월 감소하던 경유 소비까지 늘어

전기·수소차 판매 부진, 바이오연료 혼합률 상향 지연, 유류세 인하 장기화 영향

“신재생 공급망 확보 수단 시급” vs “친환경 대체제 가격수용성 확보 필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올 상반기 국내 석유소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휘발유, 납사, 항공유, 액화석유가스(LPG) 소비가 크게 증가했으며, 감소세를 보이던 경유 소비마저 증가했다.




석유 소비 증가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석유의 친환경 대체재에 대한 가격 수용성이 부족한 현재로서는 소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7819만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5.5%(2495만배럴)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소비량이다.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22년 상반기의 4억6876만배럴보다도 2%(943만배럴) 더 많은 수준이다.


휘발유, 납사, 항공유, LPG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제품별 소비량은 휘발유 4647만배럴, 경유 7846만배럴, 납사 2억2061만배럴, 항공유 1898만배럴, LPG 7084만배럴, 기타제품 1671만배럴 등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휘발유 8.1% 증가, 경유 1.9% 감소, 납사 4.2% 증가, 항공유 17.5% 증가, LPG 16.7% 증가, 기타제품 14.1% 증가했다. 특히 경유 소비량은 경유차 감소로 계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6월에는 깜짝 증가세를 보였다. 7월부터 유류세 일부 환원이 시작되면서 운전자들이 미리 연료통을 채워넣는 소비행태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석유 소비 증가는 경제 성장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작년 2분기 1%를 저점으로 3분기 1.4%, 4분기 2.1%, 올해 1분기 3.3%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다만 올해 2분기에는 마이너스 0.2%를 기록해 2022년 4분기의 마이너스 0.5% 이후 1년 6개월만에 역성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발간한 '2024년 에너지 수요 전망'에서 “올해는 석탄을 제외하고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올해 석유 수요는 전반적인 제조업 생산활동이 회복되고 석유화학 업황도 다소 개선되며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 소비가 증가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더욱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석유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수송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6100만톤CO2eq(37.8%)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과 바이오연료 의무혼합량 상향을 계획하고 있지만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올해 상반기 동안 전기차 신차 보급대수는 6만2710대로 전년 동기보다 1만2363대 감소했으며, 수소차 신차 보급대수는 1729대로 전년 동기보다 1162대 감소했다.


정부는 2022년 10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률을 기존 5%에서 8%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올해 기준 혼합률은 4%이다.


국내 기름값이 유럽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데, 그 와중에 유류세까지 인하하면서 석유 소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7월 첫째주 기준 고급휘발유를 사용하는 유럽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2400원에서 3000원까지 형성돼 있는데 반해, 국내는 16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다.


박준범 기후솔루션 석유화학산업부문 연구원은 “석유 소비량 증가가 국내 경제의 단기적 성장 통계로 보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라는 여전히 큰 숙제가 남아있다"며 “한국이 진실로 기후변화 완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녹색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석유 산업의 단기적 이윤과 경제적 유익이 신속하게 미래지향적 산업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과 대책을 고민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 및 재생원료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촉진하는 수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석유의 친환경 대체재에 대한 가격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우선 역대 최대를 기록한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이 소비량에 미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친환경 대체재에 대한 가격 수용성이 확보돼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납사, 항공 등 난감축 분야에 대해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CCS),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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