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2년 1월에 0.25%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4.5%로 급등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 당장의 거래감소와 가격급락을 초래했다. 다음 해인 2023년 7월부터 지금까지의 기준금리는 5.5%로 더 높아졌지만, 막상 2023년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갑작스런 외부변수의 여파로 급격히 위촉되었던 시장이, 해당 변수의 영향이 어느정도 감수 또는 예상범위일 것이라고 판단한 수요자들에 의해 주택거래 등이 증가하는 양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특례보금자리론같은 정부정책과 함께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도 작용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가 '관망'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예상가능한 사안이다. 예를 들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서 월 수입의 절반은 원리금상환에 쓰고 나머지로 생활하겠다는 식의 계획은 누구든 가질 수 있지만, 대출금리가 변동해 1년 뒤나 2년 뒤에는 대출이자가 얼마가 될지를 모른다면 주택구입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집을 팔아야하는 사정이 있으므로 이들은 급매물로 거래되지만, 차츰 예측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택거래량은 증가한다.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와 임대시세가 상당 부분 회복되면서 역전세 우려도 그만큼 감소한다. 이것이 작년의 시장흐름이었다.
이런 흐름이 금년에도 지속되면서 서울 집값의 상승세로 가시화되었다. 미국 기준금리 급등과 상단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영향요인이 현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완화되거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고점 대비 한동안 내렸던 가격과 심화된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서울생활권에서는 그간 억눌렸던 주택거래가 점차 활성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직장이나 양육같은 개개인의 생활여건에 비추어봐도 동일하다. 이전 정부에서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 등은 여전하므로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가 주축인 상황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전국 단위로는 지역별로 양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아파트를 위시한 전국의 주택가격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은 소폭이더라도 상승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방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상승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수준의 폭등까지도 제기되지만, 그 이전에는 부동산하락론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만연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방은 글자 그대로 양극화, 지역에 따라서는 하락이나 보합이 엇갈리는 양상으로 가지만 당분간 연립과 다세대 등의 비아파트는 소유주의 본전심리가 있어 손해를 보더라도 급매로 던지는 수요는 한정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상황에 대응하는 최선책은 이미 발표되고 수립된 공급계획 등을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것이다. 신규주택의 공급부족은 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축된 시장상황이 시작된 지점과 미진한 부동산 규제완화 등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을 정책측면의 접근으로 대처하기는 불충분하다. 특히 민간공급 활성화를 인위적으로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접근한다면 부동산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거나 떠받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는 공공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될 수 있으므로 정책변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겠다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향후 시장상황이 바뀔 때를 대비해서 규제완화 등을 시행하는 것은 올바른 준비가 된다. 부동산 관련 규제의 완화는 지역호재가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때 실행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정비사업 등의 가격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해서 주저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이연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규제완화가 필요한 부분은 보다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