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시작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라는 결론이 부상하고 있다.
전황에 뚜렷한 반전이 없는 가운데, 대내외 여건은 차츰 종전을 바라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일간 르몽드 등 프랑스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절대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영토를 포기할 공식적 권리가 없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원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 뜻 없이는 대통령이나 특정인, 또는 전 세계 다른 대통령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거꾸로 '영토 포기' 종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 대통령도 그 뜻에 따라 종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종전을 바라는 여론이 뚜렷하게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의도에 더 힘이 실린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 여론조사에서 '종전을 위해 영토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지난해 5월 10%에서 올해 5∼6월 32%로 늘었다.
다만 아직은 '전쟁을 더 오래 하더라도 영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55%로 여전히 많았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여론 전환과 마찬가지로 메시지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 회의에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최근 중국을 방문한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 움직임에 “나는 11월에 열리는 2차 평화회의에 러시아 대표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실현 가능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로운 평화는 우리의 영토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그것이 오로지 무기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유연한 접근법도 열어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가 전쟁을 원하는 한 최전선에 있고, 러시아가 원한다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전선에 미칠 영향에는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대표가 되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평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어떤 대화가 이뤄질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5일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미 의회에서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AP 통신은 이날 미국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그간 간절히 기다려 온 서방 F-16 전투기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투기 수는 소수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서방 국가들에 F-16 전투기 지원을 호소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총 128대의 F-16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현재까지 서방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규모는 60여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