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3년 만에 지분 확대 나서는 중
금투업계 “독자 경영 기반 충분한 상황”
KCC그룹의 형제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KCC글라스의 지분율은 끌어올리고 KCC 지분율은 낮추면서 계열분리 작업이 시작됐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정몽익 회장은 지난 7월 25일 KCC글라스 주식 1만299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율은 26.89%에서 26.95%로 소폭 상승했다.
정몽익 회장은 2021년 6월 이후 회사 지분 관련 공시가 없다가 지난 7월 3일부터 관련 공시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6일까지 총 7만3746주를 매입했고, 이어 7월 24일까지 5만7964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7월 중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지출한 총 자금 규모는 약 58억원이다.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의 지분을 늘리면서 KCC의 지분은 낮추는 중이다. 정몽익 회장은 지난 7월 15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KCC 주식을 총 131억원 규모장내매도해 보유 주식 수를 41만3434주에서 37만3860주로 줄였다.
이같은 정몽익 회장의 지분 매입과 매각은 KCC그룹에서 KCC글라스를 계열분리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KCC그룹은 현재 정몽진 회장이 KCC,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각각 이끌고 있다. 형제사이인 이들은 수년 전부터 각자의 회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계열분리를 추진 중으로 분석된다.
KCC글라스의 성공적인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형제들 간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정몽진 회장은 KCC글라스의 지분 8.56%(136만6640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특수관계인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몽익 회장과 정몽진 회장 간의 지분 스왑(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과 정몽진 회장이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정몽진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 가치는 약 581억원, 정몽익 회장의 KCC 지분 가치는 약 1233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몽익 회장은 2022년 11월에도 KCC 지분 2.58%(23만 주)를 매각하여 KCC글라스 지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한편, KCC글라스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설립 중이며, 이를 통해 동남아 시장 공략과 오세아니아, 중동으로의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ESG 경영에도 나서면서 2023년 에코바디스 ESG 평가에서 Gold 메달을 획득했으며, 한국ESG기준원(KCGS) 평가에서 A 등급,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C글라스는 실적 개선과 함께 독립적인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증명하는 중"이라며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할 동기와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