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미국과 유럽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에너지 자원 안보와 기후변화협약 대응 등 2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국가 장기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양 진영 모두 목표의 대부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유럽은 보유한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자력에 더하여 독일의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 사업과 같은 에너지자원 절약 프로그램의 가동 및 북유럽의 대형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기술개발을 통하여 자국 내에서 대량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값싸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과 청정에너지 보급 사업을 진행하여 두 진영 모두 에너지자원의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동시에 온실가스배출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지난 7월 말, 우리나라에서도 자원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모두 좋은 정책들이 발표되어 반갑다. 먼저 7월 말에 올해 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산업부가 제정, 입법예고 하였다. 주요 내용들을 보면 관련 기관들을 자원안보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여 계획 수립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그리고 진단평가 등을 지원하도록 하였으며, 비축 담당 기관 역시 지정하여 핵심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효과적인 비축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산업부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의 시행 시기인 2025년 2월 7일 이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비롯한 공급망 3법은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합의하여 통과시킨 매우 드문 사례이며, 이를 통하여 약 5조 원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경제부총리 산하에 위원회를 꾸려 세부적으로 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법의 시행령과 규칙의 제정을 주무 부서인 산업부가 진행한 것이다. 직접적인 에너지자원 안보는 물론 재생에너지시설, 전기차, 배터리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 등 전략광물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기후변화 협상 대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사례는 환경부가 7월 말에 발표한 14개의 '기후대응댐' 구축 계획이다. 환경부는 특히 홍수나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하다고 발표의 배경을 설명하였는데, 추가되는 댐의 효과로는 기후변화로 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 강우량과 강우 시기의 변화에 대응하고 아울러 친환경 발전 방식인 수력발전을 늘리고 동시에 새로이 지어질 예정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의 용수 문제 역시 일부 해소가 가능한 것 등이다. 이 역시 수자원의 안보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에 모두 효과적인 노력으로 평가된다.
최근 중동 전쟁의 심화 등으로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보호무역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자원 부국과 주요 무역 협력 국가들이 1990년대부터 유지하던 자유무역 기조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하고 있음은 이제 자명하며, 이러한 추세는 이번 연말 미국 대선 이후에는 더욱더 증가할 예정이다.
수출이 자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보호무역 방향으로의 국제무역 기조의 변화는 전혀 달갑지 않은 변화이다. 이러한 시기에 21대 국회가 손을 잡고 공급망 3법을 통과시켰으며, 정부는 2011년 이후 건설이 없었던 다목적댐을 추가로 짓기로 하는 등 자원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 물, 도로 등을 위한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빨리 투자를 결정하고 시행하여야 경제성장 및 자원안보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에도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역시도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겠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혼자 이루기 어렵기에, 주변국 및 주요국과 연구, 산업 단지 공동 구축, 핵심 자원의 공동구매/비축 등 지역 공동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자 간, 다자간 외교활동 역시 정부와 국회에서 강화해 주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