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자산시장을 초토화하고 있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지고 있다.
연준이 고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했다는 '공포감'이 경기침체 우려 중심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러미 시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5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을 향해 기준금리 긴급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준이 고용시장 하강에 대응해 75bp(1bp=0.01%p) 규모 기준금리 긴급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로 꼽히는 시겔 교수는 “미 기준금리는 현재 3.5∼4.0%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 75bp 인하에 더해 9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추가 75bp 인하가 있음을 시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최소한의 대응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0.5%p 인하할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는 115bp(1bp=0.01%p), 내년 6월까지는 200bp 이상 금리 인하를 예상 중이다.
그러나 시겔 교수 “연준이 뭔가를 안다고 여겨선 안 된다"며 “시장이 연준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연준은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시장이 연준보다 사태를 더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로 보인다.
앞서 미 노동부는 전날 7월 미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 4000명 늘고, 실업률이 4.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돈 고용 증가세와 예상 밖 실업률 상승을 뜻했다.
이에 미국 경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블룸버그통신 등도 미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골디락스' 경제를 응원하던 입장에서 불황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금리 전략가 이안 린겐 역시 지난 2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연준 금리인하 방향이 불확실하다면서도 “'골디락스'가 물 건너간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런 흐름에 따른 타격은 미국 주식시장보다는 아시아와 비트코인 등 외곽에서 더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이날 일본·한국·대만 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역대 최대 폭락을 기록했고, 달러 가치 하락 속에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1엔대까지 떨어졌다.
미 금리 인하 기대 및 안전자산 선호 속에 국채 금리는 떨어졌고, 비트코인 가격도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런 반응이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니고, 단지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정상화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분명히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자들은 이른바 '연착륙'에서의 '착륙' 부분이 성장과 고용 모두 둔화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얀 하치우스 경제팀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침체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했다.
보고서는 "경제는 전반적으로 괜찮아 보이고, 큰 금융 불균형도 없으며,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많고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와 달리 침체 가능성을 50%로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