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엔저, 폭락하는 닛케이, 떠나는 일학개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5 15:42

니케이225 이날 하루에만 12% ‘↓’ 패닉

엔화 강세·美금리 인하·경기 둔화 우려 겹쳐

전문가 “하락 과도…15일 日 GDP 확인해야”

저무는 엔저, 폭락하는 닛케이, 떠나는 일학개미

▲사진=MS Copilot AI

철옹성 같던 엔저(엔화 약세)가 끝나고 다시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미국발 경제 둔화 우려까지 겹쳐 일본 대표 증시를 대표하는 니케이225는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금리 인하 시기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주요 종목들의 수익률이 뒷걸음질 치자 일학개미(국내 일본 주식 투자자)들의 순매도세도 빨라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2.40% 하락한 3만1458.42에 마감했다. 이날은 국내 코스피 지수도 8% 넘게 하락해, 한·일 양국 투자자가 함께 '검은 월요일' 공포를 느꼈다.


일본 증시는 그간의 성장세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한달 사이 급격한 약세를 겪고 있다. 니케이225는 지난 7월 12일 4만2224.0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직후 내리막길이 지속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25% 넘게 감소했다.



일본 증시 약세의 첫번째 원인으로는 엔화 강세가 꼽힌다. 지난 7월 10일 원·달러 환율은 856.19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이후 엔화는 강세를 거듭해 이날 960원대까지 올랐다. 엔화 약세가 막 시작됐던 작년 4월경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하는 한편,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떠오른 결과로 보인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높이며 엔화 매력이 부각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 매력이 낮아지며 엔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졌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7월 10일 161.65엔으로 정점을 찍고 급격히 낮아져 지난 3일 기준 146.6엔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각종 경기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다시금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증시를 부흥하겠다며 관련 투자를 계속해 왔는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일 급락하는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악화가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학개미들은 줄이어 일본을 떠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엔화 약세 시기부터 매월 순매수를 지속하던 국내 일본 주식 결제금액은 지난 6월(-3088만달러), 7월(-5140만달러) 순으로 순매도 전환했다. 이달도 지난 2일 기준 286만달러 순매도 우세다.




6월에는 엔저 현상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며 지친 투자자들이 일본을 떠난다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7월부터는 급격한 엔화 강세가 곧 일본 증시 약세 신호로 해석되며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일학개미들이 선호했던 일본 주요 종목들의 보관금액도 대부분 규모가 줄거나 유지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현 글로벌 증시와 마찬가지로 일본 증시의 급락도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됐던 니케이225의 랠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최근 급락도 매크로 이슈를 과하게 의식한 외국인들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월에 행해진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8931억엔으로 과거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증시 하락이 시작됐던 7월 11일부터 26일까지 일본 개인들은 1조3000억엔을 순매수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엔화 강세가 곧 일본 증시 하락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는데, 이를 끊어낼 재료가 필요하다"며 “이달 15일 일본 국내총생산(GDP) 통계 발표 결과 '엔화 강세에도 일본 경기는 좋다'는 해석이 나올 경우 변동성이 좀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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