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엔화 강세 등으로 5일 일본 증시가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지자 차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기시다 정권은 지난 1월부터 절세 혜택을 대폭 늘린 신(新)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도입을 통해 국민에게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을 촉구해왔다. 일본 증권업협회(JSDA)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NISA에 유입한 자금이 최소 7.5조엔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상황 속에서 이번 주가 하락이 정권 비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전날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인 4,451포인트(12.4%) 폭락한 데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 하락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즉 '외생 변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매일 주가 동향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 “정부로서는 냉정하게 판단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경제재정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총리 주변 인사들도 “지금 시장은 패닉(공포) 매도로 일본 경제는 바닥이 단단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닛케이지수는 급락 이튿날인 이날 오전 한때 340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여권의 이런 반응에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게 기댈 곳은 '경제 성과'란 점과 맞닿아 있는 걸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이나 기업의 호실적 등을 거론하며 “경제에 대해서는 불평은 없을 것"이라고 주위에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제 실적을 최대한 내세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지만, 최근까지 뜨겁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투자를 호소해 온 정권에 대해 비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자민당 아소파의 한 중견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좋게) 평가받았던 경제정책이라는 기시다 정권의 장점이 사라졌다"면서 “기시다 정권이 더욱 궁지에 몰렸다"고 봤다.
실제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 여전히 머물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지난 2∼3일 유효 응답자 1199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 조사와 같은 25%였다고 밝혔다. NHK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올해 줄곧 20%대를 유지했다.
일본 주요 언론이 지난달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대부분 20%대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3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으로 여겨진다.
기시다 총리는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아직 명확히 표명하지 않았다.
한편, 자민당 총재 선거 관리위원회는 전날 첫 회의를 열어 이번 선거 일정을 오는 20일 확정하기로 했다. 최종 투표일은 내달 20일 혹은 27일이 검토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