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효 기후에너지부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7819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5.5% 늘어났으며, 기존 최대인 2022년 상반기보다 2%(943만배럴) 더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과는 전혀 딴판으로 석유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제품별 소비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기대비 휘발유 8.1% 증가, 납사 4.2% 증가, 항공유 17.5% 증가, LPG 16.7% 증가, 기타제품 14.1% 증가했다.
제품의 용도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운행을 더 많이 했고, 석유화학산업의 가동률은 더욱 높아졌으며, 코로나19로 자제했던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석유 소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2년 9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도 소비 증가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여진다. 계속 감소하던 경유 소비량이 7월 유류세 일부 환원을 앞두고 6월에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석유 소비 추세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한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석유 소비는 경제성장과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올해 석유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나아졌다는 뜻"이라며 “마땅한 친환경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제성장을 의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교수는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의 친환경 대체재는 석유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친환경 대체재 시장을 육성해야 다시 가격이 안정화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오로지 물가안정을 이유로 기름값을 낮게 유지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가격도 전 세계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기름값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기름값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비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를 기준으로 올해 2분기 한국의 리터당 평균가격은 1680원이다. 이에 비해 오스트리아는 2417원, 영국은 2547원, 아일랜드는 2651원, 덴마크는 3028원, 네덜란드는 3004원이다.
이처럼 유럽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세금이 많아서다. 리터당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한국 712원일 때 오스트리아 1276원, 영국 1339원, 아일랜드 1463원, 덴마크 1614원, 네덜란드 1696원이다.
유럽은 석유에 악감정이 있어서 기름값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매기는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석유의 친환경 대체제 시장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즉, 현재 유럽은 과도기에 있다. 석유 시대에서 친환경 연료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에는 친환경 연료가 주류로 자리잡고 가격까지 안정화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석유시대에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