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칼럼]이재명 전 대표가 한동훈 대표에게 줄 시사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8 11:02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책위 의장의 사임 문제로 국민의힘은 한동안 시끄러웠다. 결국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의원이 신임 정책위 의장으로 결정됐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측면은 한동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아직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면,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을 어떻게 장악했는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전 대표는 과거 민주당의 철저한 비주류였다. 지금이야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매우 가까운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필요' 때문이지, 두 사람이 원래부터 가까운 사이였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조국 대표는 친문의 적자이지만, 이재명 전 대표는 친문의 적자이기는커녕 오히려 '박해'를 받았을 정도의, 완전한 비주류였기 때문이다.




박해받는 비주류 인사가 민주당을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당 외부의 강성 친명 지지층으로부터 나왔다. 즉, 당의 주류였던 친문 세력이 힘을 잃게 된 이유는 바로 강성 친명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재명 전 대표가 '전통적 방식'으로 당을 장악하려 했다면, 실패했을 확률이 90%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비주류가 당내에 확고히 뿌리를 내린 주류를 '전통적 방식'으로 공격한다고 해서, 주류가 흔들리기는 만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 방식이란, 당내 의원들을 차곡차곡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세를 확장하고, 끝에 가서는 당을 장악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런 방식은 주류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력이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됐을 때나 가능하다. 이재명 전 대표는 당 내에서의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을 것이고, 그래서 당 외부로부터 내부에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력과 정치 감각이 매우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을 한동훈 대표는 참고할 만하다.


그런데 한 대표가 지금 처한 상황은, 과거 이재명 전 대표가 당을 장악했던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과거 친문이 주류를 이루었던 민주당보다는, 주류인 친윤 세력의 당 장악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전 대표의 방식, 즉 당 외곽으로부터 내부로의 진입이 훨씬 용이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경우처럼, 매우 충성도 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팬덤을 가진 정치인은, 한동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다. 팬덤이 없는 정치인은 당 외곽에서 내부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한 대표의 경우처럼, 팬덤을 가지면, 외곽에서 당 내부로 장악력을 확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이미 당 지도부의 과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들이 한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흔들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한 대표가 당을 장악했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 대표가 이재명 전 대표와 같이 당을 '1극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는 대통령실과는 달리, 여론에 적극 호응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치 전체를 놓고 볼 때, 팬덤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팬덤이라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한 대표는 팬덤을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위론적 주장일 뿐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동훈 체제가 어떻게 당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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