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설문조사 결과 발표…정책 기반 수립 필요 여론 높아
AI 기본법 22대 국회서 논의 단계…시민단체-업계 입장차 뚜렷
더 미루면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제정 후 단계 보완” 목소리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이점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기술 규제보다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는 AI 관련 법안 제정이 꼽혔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 765명을 대상으로 AI 안전·신뢰 및 윤리에 대한 대중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AI 기술의 잠재적 이점이 많다'고 답했다. '위협과 이점이 반반이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24%에 달했다.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이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19.1%로 집계됐다.
AI 발전이 가져올 이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응답이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효율성 증진(19.6%) △산업현장 생산성 혁신(16.0%) △경제성장과 소득 증진(10.2%) 등이 뒤를 이었다.
위험 요인으로는 △설계/오작동 발생으로 인한 피해(18.5%) △악의적 활용에 따른 피해(18.3%) △개인정보 유출 및 프라이버시 침해(16.3%) △AI 역량에 따른 경제적 격차 심화(14.6%) △저작권 침해(8.5%) 등이 꼽혔다.
또한 응답자의 55%는 AI 발전을 위해 규제보다는 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규제와 혁신 둘 다 중요하다는 응답은 16%로 집계됐다.
AI 기본 원칙 및 정책 기반 수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AI 윤리 기준 정립 및 관련 법안 제정(34.6%)을 꼽았다. AI 연구·개발 및 사용을 위한 국가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18.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주요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AI 표준화 등 국제규범 마련(17.4%) △AI 개발인력 양성(14.9%) △윤리연구소 설립(8.2%)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현재 국내에선 22대 국회 개원 후 재발의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AI 기술 도입·활용 지원 △AI 기술 개발·창업 지원 △AI 윤리 원칙에 따른 정책 수립 △AI 신뢰성 확보를 위한 근거 마련 등 AI 산업 진흥 정책과 고위험 영역 및 의무 부과 규정 등이 담겼다.
다만 규제 범위와 수준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정보기술(IT) 업계 간 입장차가 큰 만큼 연내 제정을 위해선 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AI 제공·활용 과정에서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방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업계에선 이같은 규제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직무 정지로 인한 실무 공백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도 변수로 꼽힌다. 이에 AI 기본법을 우선 제정한 후 향후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국회 세미나에서 “AI기본법에 대한 업계·시민단체 등 의견 수렴 과정이 길어질 수 있으며, 그 사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며 “국내 산업·기술·환경 등 다양한 여건 요소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산업 진흥과 AI 리터러시 증진을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진행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