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상품 이용 전 PG사에서 대금 지급한 책임 져야”
PG사 “고객과 여행사가 계약 마쳤으니 서비스 제공해야”
여행사 지원책 효과 적어…플랫폼 정산 시스템 개선 필요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가운데 결제대행(PG)업계와 '소비자 환불 책임'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PG사들은 여행이 확정되며 여행사와 소비자 간 계약이 이미 성립됐으니 여행사에서 환불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여행사들은 PG사를 통해 티메프에 지급된 돈을 여행사에서는 구경한 적조차 없다며, PG사에서 티메프에 자금을 제공했으니 환불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가 여행 상품 판매에 집중한 탓에 여행업계의 손실액이 유달리 커 소비자 피해액이 1000억원대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돼 여행사와 PG업계 사이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1차적인 책임은 티메프에 있고, 일이 터진 후 정산 시스템에서 허점이 발견되며 문제가 생긴 거라 모든 게 PG사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여행사에서 환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분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상품을 카드·페이로 결제할 경우 자금이 카드사를 거쳐 PG사·페이사로 이동, 티메프로 전달된다. 그러나 여행상품은 이용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PG사를 통해 자금이 티메프로 선지급된 만큼, PG사에서 부담해야하는 책임이 더욱 크다는 게 여행업계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이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라 PG사에 여행상품 환불을 지시한 것도 여행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해당 법안은 물품의 판매나 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신용카드 이용자인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PG사가 따르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다만, 일부 PG사는 고객과 여행사가 계약을 마친 만큼 여행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어 환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한 공방을 해결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신금융협회가 PG사가 티메프의 여행 상품과 상품권을 환불할 의무가 있는지 법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행업계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법무팀을 통한 법정 대응 및 고객에게 여행사로 직접 여행 예매를 유도, 여행 포인트로 고객 피해 보상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여행사들은 큰 손실을 떠맡았음에도 입장상 '슈퍼 을'으로 정부나 항공사에 직접 구제안을 요구하기 힘들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업계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계 중 하나임에도 정부의 금융지원 5600억원 중 여행업계에 해당되는 건 600억원 수준으로, 일부 중소 기업들에게만 저리 대출 자격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에서도 항공 관련 위약금 면제라는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일반 항공권의 경우만 해당되고 선구매 좌석인 하드블록에는 해당되지 않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여행업계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플랫폼의 정산 일자를 최대한 당기고, PG사를 통해 선입금된 자금을 플랫폼이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