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스토리’ 내세운 최태원 SK 회장 가장 적극적
삼성·현대차·포스코·CJ 등 지난해 대비해 적극적인 관리
SK이노베이션·삼성물산·기아 등 ‘3대 그룹’ 상장사 눈길
재계 총수들이 직접 계열사 주가를 챙기며 주주환원정책에 신경을 쏟고 있다. 올해 정부의 K-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되고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업그룹 계열사도 자본시장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가를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올해 상반기 산업권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태원·장인화·정의선·이재용·손경식 등 대기업 그룹 회장 주가 부양 '한목소리'
11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재계 총수와 대기업그룹 핵심 임원들이 직접 계열사 주가를 챙기고 부양을 지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도 물밑에서 주가에 신경을 쓰는 재계 총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주환원정책을 직접 지시·언급하면서 주가 부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모습을 외부로 노출하고 있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주가 부양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에게 주주 및 시장 관계자들과 회사의 재무적 비전을 공유한 결과 주가를 부양하는 특유의 소통 방식을 '파이낸셜 스토리'라고 명명해 거듭 강조해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달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직접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 등의 목표를 담은 미래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의 발표 직후인 지난달 12일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를 열고 세부적인 '기업가치 제고전략 방향'을 소개하면서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장 회장의 미래 경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의 기아도 올해 2월 한 때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1월 매입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그 중 50%를 소각하는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한 덕에 주가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주주환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덕에 단행된 조치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직후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만나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 실행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를 통해 주가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밸류-업을 위해 수익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서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된 것은 CJ그룹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가 부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사주 소각 올해 급증···“미래 성장동력 투자 탓에 주주들 신경써야"
이 같은 재계 총수의 영향을 받아 자사주 소각 등 여러 주주환원정책을 단행하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비금융사가 소각하거나 소각할 예정인 자사주 규모는 총 4조126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1조55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에 비해 2.66배(2조5757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기업 중에서 SK와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삼성물산,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대 그룹 상장 계열사가 다수 눈에 띈다.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자본금을 줄여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고하기에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포스코 등 최근 들어 주가에 신경을 쓰는 재계 총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터리와 그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라 주주와 회사의 밸류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