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 등을 비롯한 주요 이슈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계속해서 타격을 입고 있다.
한 대표가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던 조건들에 더불어민주당이 수용이나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 운신이 제약되는 모습이다.
당초 한 대표는 지난 6월 당 대표 출마 회견에서 “공수처 수사를 특검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면서까지 채상병 특검법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 후 한 달째 특검법 발의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한 대표가 출마 당시 회심의 카드로 들고 나온 '제삼자 추천 방식'과 최근 덧붙인 '제보 공작' 의혹 조건까지 민주당이 수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어지는 '침묵'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회견에서 “채상병 사건 수사를 늦출 수 없어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불가 입장을 밝힌 점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취임 인사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런 부분을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여전히 '제삼자 추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란 자기주장만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타협안을 모색해 보겠다"면서도 “문제는 결국 (한 대표에게)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법 외 윤 대통령이 거부한 다른 입법 이슈에서도 한 대표는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타격만 감당하고 있다.
가령 이 대표 대표 총선 공약이었던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관련해 한 대표는 반대 논리 뿐 아니라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취약계층 130만 가구에 전기요금 1만 5000원을 지급하겠다는 방침 외에 정부‧여당이 내놓은 대안은 부재한 상태다.
오히려 민주당이 25만원 지원금을 두고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는 기류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서민경제를 지원하고 경제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한 양당 대표 회담에 대해서도 한 대표가 '생중계 회담'이라는 조건을 달아 양측 샅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민주당도 '새로운 정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논의의 과정,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보는 것이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측이 공개된 상황에서 회담할 경우 준비된 원고만 읽거나 정쟁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도 조율해야 하는 한 대표가 고의적으로 합의 도출을 피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한 대표가 여야 회담 성과를 낼 수 있는 아무 권한도 없는 무력한 대표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대국민 보여주기식 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한 대표가 당은 물론 대통령실 전부를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자기 의제가 없어서 '정치 쇼'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표 회담에서 진전된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전 실무 협상을 맡은 국민의힘 박정하·민주당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 간 회동도 이틀째 불발됐다. 두 사람은 이날 저녁 통화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