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 화답한 파월 “통화정책 조정시기”
연설 직후 뉴욕 증시↑…코스피도 탄력받을까
증권가는 엔비디아·경기지표·엔캐리에 주목
국내 증시를 향한 주식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강력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증시 반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주 내내 경계감에 주춤하던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해당 발언이 있은 직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단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보다 엔비디아 실적 및 경기지표 등 향후 이벤트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2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뉴욕 증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4% 오른 4만1175.08로 장을 마쳤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5% 뛴 5634.61을, 나스닥종합지수는 1.47% 급등한 1만7877.79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는 같은 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뉴욕 증시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잭슨홀 미팅 이전부터 이미 금리 인하는 유력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발언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 인하 여부보다 금리 인하 폭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25bp(1bp=0.01%)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빅 컷(기준금리 50bp 인하)' 가능성을 굳이 부정하지 않아서다. 이날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9월 25bp 인하 가능성을 75%, 50bp 인하 가능성을 25%로 내다봤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완화된 만큼, 국내 증시도 다음 주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코스피 시장은 개인과 외국인 모두 순매도세를 보이며 하락, 2700선을 간신히 지키는 데 그쳤다. 지난 한 주 코스피 거래대금은 일평균 8조946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7월 거래대금(12조337억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던 뉴욕 증시가 반등한 만큼 코스피도 같은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보다 다른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지수에는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고, 실질적으로 경기 연착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달 28일 발표될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수요를 점검할 기회로 보인다.
또 30일에는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9월 6일에는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같은 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및 카멀라 해리스 미 대선 후보의 첫 토론회가 열리는데, 주요 주제가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주식시장은 추가 인하 여부보다는 업종이나 기업 펀더멘탈에 보다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8월 초 증시 급락을 야기했던 엔 캐리 청산 압력은 현재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 마지막 고비가 남아있다는 의견이다. 오는 9월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0일에는 일본은행(BOJ)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폭, BOJ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따라 엔화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됨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 파급력은 8월 초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단 매년 9월 나타나는 유동성 위축을 감안할 때 제한적인 엔 캐리 청산 매물에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