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 초대석] 권영철 한라대 교수 “‘에너지자립’ 건물이 기후 변화 막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1 12:10

“그린빌딩 관련 기술 개발 및 활용 뒷받침 정책 지원 필요”

“500명 뽑아 놓은 건축물에너지평가사 적극 활용해야”


.

▲권영철 한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한국그린빌딩협의회(KGBC) 前회장)




최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 자원 이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하는 '친환경 건축'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학계에서 친환경 건축 등 그릴빌딩 기술 개발·연구를 주도해 온 권영철 한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한국그린빌딩협의회 전 회장)을 만나 그린빌딩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특히 정부 정책의 개선점과 그린빌딩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권 교수는 특히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설 부문의 몫을 다하려면 정부가 민간의 친환경 건축 기술 개발과 활용을 적극 장려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그린빌딩은 지구온난화 억제 위한 친환경건축"

- 먼저 한국 그린빌딩 관련분야 경력과 성과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 30여년 이상 친환경 건축 및 건축물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고효율 단열재 개발 및 적용연구에 참여했다.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단열재 적용 실무교육 및 친환경 건축물 보급 확대를 위한 관련 학회 및 협의회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친환경 건축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KGBC 14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KGBC는 어떤 조직인가.




▲ KGBC는 국내 그린빌딩산업의 진흥 확대보급에 기여하고, 녹색건축 강국을 실현하며, 그린빌딩 관련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설 문화를 창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KGBC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수행한다.


△그린빌딩 관련 조사, 연구, 자문, 지원 활동 △그린빌딩 기반 개발사업에 대한 연구 △국내 그린빌딩 인증제도 연구, 개발 및 정책건의 △국제적 그린빌딩 인증제도의 운영 △녹색건축전문가(G-SEED AP) 교육, 에너지 평가사 등 그린빌딩에 관심이 있는 관련 전문가 양성 및 경력관리△ 그린빌딩 관련 강연, 강의 및 실무교육 등 지식보급 및 산학간 정보 교환△ 그린빌딩 관련 산업기술 보급△ 그린빌딩 관련 산업기술, 학술, 정책 등에 대한 국제 교류 협력△ 그린빌딩에 관한 교육, 세미나, 연수 △녹색건축 인증업무 △공동주택의 결로 성능 연구개발 업무 △장수명주택의 연구개발 및 평가업무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연구개발 업무 △평생교육시설 운영 △협의회지 및 그린빌딩 관련 도서, 간행물의 발간 △회원의 복리증진 및 권익옹호를 위한 사업 △우수 그린빌딩관련 업체 및 전문인력 포상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위탁업무 △기타 협의회의 목적달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등이다.


- 제 14대 KGBC 회장을 역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KGBC와의 인연은 오래됐다. 2000년 협회가 만들어질 당시 최초 회원으로 등록하며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8년 5월에는 협회 이사로 창립 10주년 행사 조직위원회 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는 총무이사로 활동했으며, 2014년부터는 부회장 및 기술인증위원장, 녹색건축인증센터장을 동시에 맡기도 했다.


그동안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건축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 오늘의 KGBC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으며, 그 중 나도 있었다.


- 그린빌딩과 ZEB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그린빌딩이란 건축물의 설계부터 건축, 운영, 관리, 수선 및 해체까지 빌딩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인간과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건축물을 말한다. ZEB는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다. 또 고효율 설비시스템을 적용하고 태양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건축물이 요구하는 에너지를 생산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자립을 이룬 건축물을 말한다.


- 그린빌딩 및 ZEB가 우리나라 건설, 건축업계 그리고 경제에 끼치는 영향과 실제 건축 및 건설업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말해 달라.


▲ 그린빌딩이나 ZEB 모두 지구환경을 보존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건축업계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경우 관련 기술 적용을 통해 녹색건축물 인증이나 ZEB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부담이 있다. 하지만 친환경 건축 자재업체나 친환경 컨설팅업계에는 새로운 사업영역이 생기게 돼, 관련 산업이 발전하게 됨으로써 녹색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 그린빌딩 및 ZEB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 그린빌딩은 건축물로 인한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고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이뤄지는 친환경건축이라 볼 수 있다. 그린빌딩이나 ZEB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효율적인 건축물로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통한 기후변화문제를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하게 된다. 반면 일반적인 건축물에 비해 초기투자비이 더 많이 들어가 부담이 커지는 것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 탄소중립시대에서 녹색건축의 의미는


▲ 전 세계적으로 발전을 제외한 에너지사용 측면은 산업부문, 수송부문, 건물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에너지통계상 건물부문이 약 30% 수준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활용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 받는 것은 건물부문이다. 건물은 태양, 바람, 땅 등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에너지저감이 충분히 가능하다. 즉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저급에너지를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의지에 따라 탄소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건물부문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그린빌딩을 탄소중립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각종 정책·기술개발 및 적용에 나서고 있다.


- 현재 국내 녹색건축분야의 핵심의제는


▲ 우리나라 녹색건축분야에서는 최근 '유지관리'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의 경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건물분야의 에너지효율화를 시급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신축은 ZEB, 기축은 그린리모델링(GR)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징적인 점은 과거 녹색건축인증을 획득한 건축물 중에서도 현재 기준 에너지효율이 높지 않은 건축물이 많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인증제도 중심, 설계중심에서 탄소중립 기여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유지관리다. 기존에 유지관리 파트는 에너지·실내환경파트 대비 비중이 적었다. 녹색건축인증 내 7개 카테고리 중 하나의 하부분류로서 평가항목 또한 4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관리지침서를 구비하기만 한다면 점수 획득이 가능한 수준의 심사가 전부였다.


향후 녹색건축인증 7개 카테고리가 4개 카테고리로 조율되면서, 유지관리는 그 중 하나의 카테고리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확대됐다. 유지관리 부문은 기존체계에서 비중을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으나 개정되는 체계에서는 25%에 달할 정도로 무게감 있게 관리될 예정이다.


이러한 개선조치에 따라 유지관리 부문을 에너지부문과 대등하거나 그보다 중요한 요소로 다룸으로써, 관련 계획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민간 기술 개발·활용 위한 정책적 지원 아쉬워"

- 현재 그린빌딩 및 ZEB 관련 정부 정책의 장점과 문제 및 개선점을 평가 해 달라.


▲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차원에서 녹색건축물인증 및 ZEB인증을 시행하고 있어 친환경 고효율에너지 건축물을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친환경 건축자재 및 요소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적용되는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재 및 요소기술의 개발과 함께 민간에서 개발된 뛰어난 기술들이 건설현장에 좀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아쉽다.


- 그린빌딩 및 ZEB 관련 어떤 법이 개정되거나 없어져야 하거나 혹은 새로 생겨야할지.


▲ 현재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그린빌딩 및 ZEB 건축물이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확대 보급하기 위해서는 이미 500명이 넘게 배출된 건축물에너지평가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건축부문, 전기부문, 신재생부문까지 총 망라해 두루두루 지식을 갖춘 건축물에너지평가사들을 배출했는데, 국가에서는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하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이 조금 아쉽다.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존 건축물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건축물에너지평가사들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 그린빌딩 및 ZEB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이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는데, 개념상 ZEB는 건물이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반면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은 20%의 자립률만 충족하면 5등급을 받는다. 1등급만이 100% 충족인 것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건물들이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린빌딩이나 ZEB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물로부터 발생되는 온실가스 최소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축물 소비 에너지는 지구 전체 소비에너지의 약 3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건물부문은 산업이나 수송부문에 비해 태양이나 바람 등의 자연에너지 이용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건축물자체가 에너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도록 자연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물 증가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 더해 구축 건물들은 단열 기준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구축 건물들의 그린리모델링이 시급한 상황에, 건축물에너지평가사들을 잘 활용해 민간에서도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 제 14대 회장 퇴임 이후 아직 자문위원으로 KGBC에 등록돼 계신데, 협의회의 목표 및 향후 계획.


▲ KGBC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그린빌딩협의회(WGBC) 회원 단체로 국내에서는 녹색건축물인증기관으로 녹색건축물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협의회 회원 및 임원들이 대부분 녹색건축건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국가차원의 녹색건축물, ZEB 보급확대 및 기술향상을 위한 제도 및 정책 제안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그린빌딩 및 ZEB 관련 교수님만의 개인적 목표.


▲ 30년 이상 고효율 단열재 개발 및 적용 연구를 해온 단열재 전문가로서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분들과 협력하여 고효율 단열재와 열교차단재 등의 뛰어난 요소기술들이 그린빌딩과 ZEB에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주요 경력>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공학사(1988)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공학석사(1990)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공학박사(1996)

미국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Post-Doc.)(2003)

한국그린빌딩협의회 회장(2022~2024)

한국그린빌딩협의회 자문위원(2024~)

대한건축학회 상훈위원회 위원장(2024~)



김다니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