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 발의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 분노
텔레그램 등에 “지역구 의원들 SNS에 폐지 강력 요구하자” 움직임
정치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치열하게 격돌 중인 가운데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지역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압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텔레그램과 투자자모임방 등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지역구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블로그, 페이스북 등 에 금투세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자는 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전화번호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 투자자는 “표가 목숨 줄인 국회의원들에게 지역 유권자의 공개 의견표명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며 “지역구 국회의원 SNS에 강력히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로 금투세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 관련 글에는 3일 만에 약 12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은 “금투세 때문에 증시가 초토화되고 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는 또 떨어질 텐데 금투세 폐지가 답이다" 등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민주당 관련 커뮤니티에 댓글을 쓰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든 금투세 폐지 여론을 인식할 수 있도록 댓글 등을 통해 노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투자자는 “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참고할 때 주로 보는 커뮤니티들이 있다"며 “텔레그램 채널, 네이버 종토방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각 커뮤니티 규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게시글, 댓글 등으로 계속 올리면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를 통해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우리 주식시장 환경에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되고 단기 투기 매매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금투세는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5월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혔고 기획재정부도 이를 반영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이 금투세 도입을 고수하면서 정치권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총 6개 법안으로 구성된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와 더불어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하락하며면서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 거세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민주당을 향한 압박은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진행했던 금투세 폐지 관련 국민동의청원과 8.15 촛불집회 이상의 압박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1000여명은 지난 광복절 연휴에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 촉구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금투세 즉각 폐기에 관한 청원'을 실시했다. 해당 청원에는 3만1800명이 동의했으나 최종 5만명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심의 단계까지 가지 못한 채 지난달 22일 종료됐다.
한편 금투세 폐지 목소리가 거세지자 민주당에서도 오는 24일 금투세 유예 관련 당내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금투세에 찬성하는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을 2~3명씩 나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답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광현 의원이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되는 토론회는 그 의미가 희석된다"며 “사실상 답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느낌이기 때문에 금투세에 반대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화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