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850개 폐업한 주유소…기후위기에 사양길 내몰린 산업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9 14:55

전기차 판매량 40% 증가해 주유소·카센터 감소 추세

농업·수산업 어려움 겪어…배추 생산량 줄고 어종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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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변화하는 산업들. 챗GPT

기후위기로 기후테크 분야는 쑥쑥 성장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에 놓여 있는 기존 산업들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로 향후 10년내 관련 노동자 43%가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며,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지난 5년간 주유소 850개가 문을 닫았고, 차 정비소도 폐업이 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농업과 수산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9일 자동차 및 석유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주유소 및 차량정비 업소의 폐업이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54만3900대로 2022년 대비 39.5% 증가했다.


전기차는 석유연료를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도 적어 주유소 및 카센터 등 관련 서비스업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2018년 1만1750개에서 올해 7월에는 1만900개로 5년 반동안 850개나 감소했다.


또한 전국 차량 정비업체 수는 2023년 9월 3만6367개에서 올해 2분기에는 3만6190개로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77개가 폐업했다.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관련된 산업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축소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석탄 채굴 및 발전 관련 산업이 위축면서 관련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됨에 따라 향후 10년 내에 노동자의 43%가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며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의 90%가 공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80% 이상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어 일자리 전환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 사무처장은 이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노동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자 고용 보장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후위기로 생태계가 크게 바뀌면서 농업과 수산업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고랭지 배추 농업이 대표적 사례다. 강원도 정선, 태백, 평창과 같은 고랭지 지역에서 배추 재배가 이뤄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배추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 정선에서는 폭염과 고온으로 인해 배추가 병에 걸리거나 시들어,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2000년 1만206헥타르(㏊)에서 2024년 4421ha로 크게 줄었고, 생산량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는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한 작물로 한국 내 사과 재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33년까지 사과 재배 면적이 현재 대비 8.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축구장 4000개에 달하는 면적의 사과밭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한국 해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종 분포가 변화하고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명태와 오징어는 과거 한국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었으나, 해양 온난화로 인해 현재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부교수는 “기후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고려사항이 됐다"며 “탄소 감축과 관련된 규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체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 친환경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특히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활용, 자원 순환 시스템 도입, 친환경 공정 전환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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